개그맨 김성규 “행사 전전하며 성대결절에 우울증까지”…스타인헤븐

입력 2016-06-01 13:44 수정 2016-06-01 13:55

무대 위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성규(45)의 진심이 객석에도 전해졌다. 창작뮤지컬 ‘갈릴리로 가요’에서 예수의 제자들 중 한 명인 마태 역할을 맡은 개그맨 김성규. 지난달 1일 공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만났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세리 마태가 예수를 만나 180도 변화돼 제자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김성규도 ‘갈릴리로 가요’에서 마태 역할을 맡은 이후의 삶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20여년 이상 빠져 있었던 술을 끊었다. 김성규는 “작품을 준비하면서부터 술을 안 먹었다”며 “연습 때 예배로 시작하고 예배로 끝나서 술을 마시지 않고 준비했는데 공연 때까지 그 패턴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술을 안 먹게 됐다”고 말했다.

“술을 안 먹으니까 목소리가 좋아졌고 얼굴도 더 밝아졌어요. 공연을 하면서 마태처럼 되어보자고 했는데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술을 끊으니 삶이 조금 더 체계적이 된 것도 같아요. 옛날에 되는대로 막 살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겠는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요. 삶이 조금 더 행복했어요.”

또 하나의 변화는 주일예배의 자리를 꼭 지키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주일날, 행사나 방송이 있으면 교회를 안 갔다”며 “근데 이번 뮤지컬을 하면서 시간이 안 되면 새벽예배를 드리러 간다. 아니면 행사 끝나고 저녁예배를 드리고 있다. 주일예배는 절대 거르면 안 된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1994년 KBS 1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다수의 코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뮤지컬 ‘드림헤어’, 연극 ‘아이 노우 유’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적으로도 탄탄한 내공을 갖고 있다.

‘갈릴리로 가요’ 2막에서 ‘체인지’를 부를 때는 모든 관객을 숨죽이게 만들기도 했다. 김성규는 세종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그는 “2막은 마태가 하나님을 만나 변화된 상황”이라며 “연습할 때도 이 노래를 부르며 많이 울었다.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까 내가 정말 하나님의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관객들도 제가 ‘체인지’ 노래를 할 때 ‘할렐루야’라고 하기도 하고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성규는 현재 국민대학교 생활체육학부 무도예술공연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공연영상학 석사 과정을 2010년에 마친 그는 그해부터 평택국제대학교 방송연예학과를 시작으로 서일대 레크레이션학과, 서경대 미용학과 등에서 강의를 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보람되고 재밌다”며 “과거에 저는 교수님들이 어려웠고 너무 먼 존재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한다. 거침없고 솔직하다. 중간고사 끝나면 축제인데 나가자고 하고.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지도자의 길을 걷기까지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견뎌야했다. 그는 대학생 때 이미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많은 인기와 부를 어린 나이에 일찍 맛 봤지만 전성기 이후의 내리막길은 두 배로 고통스러웠다.

그는 “20대 초반에 돈이 많이 들어오니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랐다”며 “흥청망청 쓰고 거만해지기 시작했다. 돈이 많으니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 8년 정도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그런데 방송 출연이 줄어들면서 CF도, 행사도 점점 줄어들었다”고 했다.



방송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을 때 그는 5년 정도 나이트클럽 DJ로 행사를 뛰었다. 한 건에 4,500만원을 받았다. 업소 일이 끝나면 새벽. 낮과 밤이 바뀌었다. 업소 일을 하면서 몇 천만 원씩 벌었지만 옷 사고 술 마시고 여자친구들에게 뿌렸다. 업소에서도 점점 그를 찾지 않으면서 업소 일도 끊어졌다. 나이트클럽 DJ를 하다보니 “소리 질러! 나오세요! 고고고”를 하다가 성대결절까지 와서 수술을 받았다.

“소리가 안 나오니 그나마 있던 업소에서도 잘렸고 집에만 있었어요. 벌어 둔 돈 다 날리고 두 달 동안 집에만 있었죠. 우울증이 왔어요. 혼자 조용히 죽을까 농사를 지을까 여러 생각 끝에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2008년 대학원에 가게 됐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는 교회에서 만난 일반인과 2013년 결혼했다. 하지만 1년 6개월 만에 이혼하게 됐다. 그는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졸업을 하고서도 여러 군데 회장이다 뭐다 해서 술자리가 많았다”며 “가정에 충실했어야 했는데 동료들과 대학원 동기들과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전히 솔로일 때처럼 지냈던 것 같다. 결국 제 잘못이다”고 했다.

긴 길을 돌아 ‘갈릴리로 가요’에 출연한 그는 주님을 향한 첫사랑을 회복했다.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 왜 저를 이혼하게 만드셨어요?’라고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 탓이 아니었고 제가 준비되지 않은 때에 가정을 이룬 것이죠. 하나님은 제가 누구보다 좋은 길로 가기를 바라셨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때가 있었을 텐데 저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결혼을 했던 것 같아요.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만져 가시는구나 싶어요.”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