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소녀는 변호인과 함께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며 “브라질 사법 체계 하에 정의를 기다린다면, 그들은 이미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차라리 신의 정의 구현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브라질 사법 체계에서의 정의 구현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16세 소녀가 빈민가에 있는 남자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30여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심지어 이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기까지 했다.
브라질 경찰은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즉각 삭제하고 유력 용의자 4명을 체포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 대행도 트위터에 “21세기에 이처럼 야만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5일 동영상이 유포되고서야 뒤늦게 수사가 시작돼 성폭행 가검물 검사등 결정적 증거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사회는 들끓었다. 사건이 발생한 리우 시내와 수도 브라질리아 소재 국회의사당 앞 등 곳곳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우리 모두 피를 흘리고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성폭행 규탄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성폭행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범죄가 잦은 빈민가에 겁없이 함부로 들어간 피해 소녀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소녀는 지난 28일 밤 방영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성 경찰관이 부적절한 질문을 해 피해조사를 위한 면담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나라를 발칵 뒤집은 성폭행 사건 피해자에게 경찰관이 2차 피해를 가한 것이다.
경찰이 성폭행 규탄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부정적인 여론은 더 확산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