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현대상선은 회생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한숨을 돌린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엔 아직 변수가 많다. 가장 큰 변수인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물동량 감소라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한진해운과의 합병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여전히 앞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대상선은 채권자들을 찾아가 빚을 줄여달라고 떼쓰고 있는 상황이다. 쉽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 어느 정도 먹혀든 셈이다. 목표는 부채비율을 1565%에서 400%로 낮추는 것이다. 4분의1로 줄여야 한다. 깍은 용선료나 사채의 절반을 출자전환해서 주식으로 발행해 자본을 늘리고, 남은 빚은 이자를 낮추고 상환 기한을 늘려서 빚 부담을 덜어내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계산이다.
부채조정에 성공하면 다음 목표는 선박펀드로 배를 주문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해 말 12억 달러의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저렴하게 배를 빌려 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박펀드 금액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선박펀드가 가동되면 국내 조선사들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수주가 끊기다시피한 조선사들에게 먹을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 이상을 건조한다.
선박펀드는 투자자를 모아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도하면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에 정부보조금을 준 것으로 인식돼 통상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단계까지 간다고 해도 회생을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적자에 시달리다 다시 빚이 늘어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고, 글로벌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선박 운임료를 대폭 올려받기가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벌크선 운임료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분기에 조금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가능성도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두 해운사의 합병을 애초부터 검토해왔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서 반대했다. 두 해운사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는게 물류는 물론 항만 등 관련 업계의 생존에 중요한 요건이었다. 그러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같은 해운동맹에 들어가게 되면서 경쟁체제의 잇점이 크게 줄었다. 오히려 두 해운사를 합치면 선박 임대나 화물선 운용에 규모의 경제가 생기는 장점이 커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