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앙숙 보수당-노동당의 희한한 '대연정' 풍경

입력 2016-06-01 07:30 수정 2016-06-01 07:30
보수당 소속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오른쪽 손 든 사람)와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왼쪽 감은 양복)이 30일 런던 시내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 캠페인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영국에서 마치 여당과 제1야당의 ‘대연정’을 연상케할만한 보기드문 정치적 사건이 벌어졌다고 A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정치적 사건은 지난 30일부터 벌어지고 있다. 보수당 소속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6월 23일)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반EU탈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신임 런던시장이 캐머런 총리를 돕고 나선 것이다. 칸 시장은 캐머런 총리가 런던 시내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때 나타나 마찬가지로 자신도 EU 잔류를 원하다며 함께 캠페인을 벌였다. 칸 시장은 캐머런 총리가 버스로 전국을 돌 때 추가로 공동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칸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념이 다른 것을 따지기보다 EU를 탈퇴해선 안된다는 더 큰 명제가 더 중요한 때"라며 "당이 다르다고 해서 함께 캠페인을 벌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 소속의 칸은 정작 캐머런 총리를 돕고 있지만, 보수당의 경우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비롯해 숱한 중진들이 캐머런 총리에 반대해 EU탈퇴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번 '정치적 이변'이 더욱 돋보였다.
 노동당은 캐머런 총리와는 사사건건 갈등을 벌여왔지만 EU 잔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