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사는 올해 초 100개 이상이 있는 포켓몬의 캐릭터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피카츄의 이름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피카츄(Pikachu)는 홍콩에서 광둥어로 베이카츄(Bei-Ka-Chu)로 불렸다. 광둥어를 사용해 일본 발음과 가장 비슷하게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회사는 향후 공식적으로 피카츄를 홍콩에서도 페이카야오(Pei-Ka-Yao)라 부르겠다고 밝혔다. 만화 속에서 불리는 진짜 발음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최소 6000명이 닌텐도사에 이 결정을 번복해달라고 서명했다. 지난 30일에는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벌여 광둥어 이름을 그대로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홍콩에서는 광둥어가 지역 문화와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 이름이 만다린어와 비슷한 발음으로 대체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도시교육청이 광둥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홍콩 주민들은 여러 언어학자의 도움을 받아 광둥어가 만다린어와 동등하게 적절한 언어(proper language)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토 중국에서는 광둥어를 하나의 언어가 아닌 방언으로만 치부해 상황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일례로, 지난 2월 초 홍콩에서 광둥어 대신 본토 중국어 자막이 사용된 프로그램 방송이 시작되자 3일 만에 1만개 이상의 불만이 쏟아졌다.
홍콩에서 활동중인 단체 시빅패션(Civic Passion)의 싱 릉씨는 “베이카츄는 홍콩에서 20년 이상 불렸던 이름”이라며 “단지 게임이나 만화책 이야기가 아니고 한 세대의 기억이 모여 있는 집합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의 중국 버전을 새롭게 탄생시키기 위해서 좋은 변화일 수 있지만 각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