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스크린도어 사고 추모 발길

입력 2016-05-31 17:07 수정 2016-05-31 17:09
31일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만남의 광장에 생긴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두고 간 꽃이 쌓여 있다. 벽에는 추모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허경구 기자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만남의 광장’에 추모공간이 만들어졌다. 지난 28일 지하철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몸이 끼어 숨진 김모(19)씨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31일 추모공간에 마련한 테이블에는 국화와 장미 여러 다발이 가득 쌓였다. 꽃다발 옆에는 생일에 떠난 고인을 위한 케익과 그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빵도 있었다.

추모공간의 한 쪽 벽에 생긴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시지가 300여개까지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열아홉살 비정규직 노동자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아들” “○○야, 많이 힘들었지. 편히 잠들어”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규명과 대책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발언자로 나선 김씨의 어머니는 “제가 원통함을 호소하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을 것”이라며 “밥도 못 먹고 시키는 일만하다가 사고를 당했는데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우리아이에게 과실이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발언을 하는 중간 중간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에게 책임감 강하고 반듯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혼자 가라는 지시를 잘 따라서 죽었다.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것을 미칠 듯이 후회한다. 둘째는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자로 나선 권오훈 서울도시철도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시와 서울매트로는 ‘업무매뉴얼이 있다’는 말보다 외주화, 최저가 입찰, 하청이라는 시스템을 바꿔 청춘들의 삶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3번째 사고인데 이 일이 벌어질 때까지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28일 오후 5시52분쯤 구의역 강남방면 9-4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려다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사이에 몸이 끼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