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31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동안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지 주목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중 교류 자체가 드물었던 데다 4차 핵실험 이후 처음 이뤄진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기 때문이다.
이 부위원장의 방중은 우선 이달 초 열린 7차 노동당 대회 결과를 중국 측에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36년 만에 가장 큰 행사인 당 대회를 치른 만큼 같은 사회주의권 이웃인 중국을 방문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 부위원장은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발표한 정책 목표들을 중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그간 북한이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간의 당 대 당 교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은 사흘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2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부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당 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는 등 강석주 전 국제담당 비서의 뒤를 이어 명실상부한 ‘외교사령탑’ 지위에 올랐다. 그는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지내던 시절 후견인 역할을 맡는 등 각별한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북·중 간 소통의 핵심 채널이었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이 부위원장 자신이 소문난 ‘중국통’이기도 하다.
때문에 양국의 이번 접촉은 단순히 의례적인 차원에 머물진 않을 전망이다. 경제협력뿐 아니라 핵문제와 대북제재 등 각종 첨예한 이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표단의 규모 자체가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향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부위원장이 최근 사망한 강 전 비서의 자리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양측의 국제담당 비서 간 접촉에서 논의에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중 관계는 2013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퍼지면서 기존의 ‘혈맹’이 아닌 ‘보통국가’간 관계로 격하되는 듯 했다. 특히 시 주석은 비슷한 시기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회담을 가지며 북한보단 남한을 더 중시하는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북·중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중간자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때 마침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6일부터 이틀간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이 해빙무드를 조성한다면 향후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moderato@kmib.co.kr
리수용 방중 목적은 뭘까...김정은 방중은 어떻게
입력 2016-05-31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