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강연 정치가 시작됐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의 양극화·불평등·불공정 심화 문제 등을 지적하며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인 ‘사회적 경제’와 ‘공화주의’ ‘중부담·중복지’ 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외부강연을 통해 정견을 설파하며 여권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유 의원은 31일 서울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그는 1시간 넘게 이어진 강의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경제문제를 시작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현실을 진단했다. 유 의원이 대학 강의에 나선 건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여 만이다.
유 의원은 “희망의 사다리고 무너지고 교육이 계층 대물림의 통로가 됐다” “노동과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 정의롭지 못하다” “기득권층의 불공정과 부정부패가 국민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수구보수는) 성장이 불평등을 치유한다고 우기고, 재벌대기업을 살려야 한국경제가 산다고 하고, 이를 위해 재정·금융 지원을 하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한다”며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는 아무 관심 없고 ‘성장 지상주의’를 이야기 하는데 결과가 어떠하냐. 잘못됐다”고 각을 세웠다.
유 의원은 헌법을 인용한 특유의 연설기법도 자주 사용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를 언급하며 “‘정운호 게이트’를 봐도 그렇고 재벌들이 구속됐다 걸핏하면 사면·복권되는 걸 봐도 그렇고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 인식 매우 안 좋다”고 했다. ‘민주공화국’이 언급된 헌법 1조를 설명하며 “저성장·양극화·불평등·불공정 문제를 치유하고 해결하는 이념으로 공화주의를 볼 필요가 있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개념이 공화주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층과 신분이 대물림되고, 능력주의가 파괴되며, 부패·불공정이 만연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공화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주요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설립한 싱크탱크 합류 여부에 대해 “거기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새누리당 복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고, 당이 어떤 결정을 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결사체가 대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제가 당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사무총장 직이 끝나면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국민 입장에선 선택의 범위가 넓을수록 좋다”고 환영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국민이 궁금한 걸 알리는 창구는 청문회 밖에 없다”며 “청문회를 많이 하는 건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중점 과제인 노동개혁에 대해선 “어떤 법이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노동시장 양극화나 불평등 문제,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강연정치로 돌아온 무소속 유승민
입력 2016-05-31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