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 전자결재로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요구해 불거진 ‘꼼수 거부권’ 논란이 개원 이틀 만에 시들해진 분위기다.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가 개원 하자마자 정쟁에 빠졌다고 지적받을까 우려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인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은 3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 갖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아마 재의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가 국회 결정을 정면으로 거부했지만 야당이 민생현안에 집중하겠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 활성화 방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정의화법’이라고 불리는 만큼 강하게 재의를 요구해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비박(비박근혜) 인사로 분류되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견제한 것이라며 정부·여당 내부 갈등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개원 첫날인 30일 기자단 오찬에서 “(국회법 개정을) 청와대가 유승민·정의화법이어서 하기 싫은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행태가 졸렬해서 지적했을 뿐이지 개원 첫날부터 국회법 얘기하면 정쟁으로 시작하는 국회라고 할 것 아니냐. 그래서 별 말 안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국회사무처는 박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동시에 폐기됐다고 봐야하는지, 20대 국회에서 재의할 수 있다고 봐야하는지 해석을 여야간 합의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더민주 ‘무시작전’ 거부권 정국 벌써 시들…국회사무처 “재의 여부 여야 합의에 맞길 것”
입력 2016-05-31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