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자기답게 키워 줄 사람을 부모로 선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이의 관심과 흥미, 성격, 기질, 발달의 정도를 잘 이해하고, 가진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2013년 3월 대구에 100여 평의 규모의 유·아동, 청소년, 성인 전문심리상담센터를 오픈해 올해로 4년차를 맞고 있는 허그맘 대구(중구)센터 정수미 원장(미술치료학 박사수료)는 “심리 센터를 찾는 연령대가 자꾸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기보다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에 맞는 훈육과 양육 코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 원장은 “아이들의 행동에는 다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울거나 짜증을 내는 것, 손가락을 빠는 것, 인형을 안고 다니는 것, 누군가를 꼬집는 것, 음식을 흘리면서도 혼자 밥을 먹겠다는 것 모두가 아이의 마음을 나타내는 행동이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보내는 이런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정 원장은 “생후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의 평생이 좌우된다. 아이의 안정된 애착 형성은 심리적 안정을 주는 정서적 발달뿐 아니라, 인지발달, 사회적, 신체적 발달 등 모든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만 3~6세 사이는 발달의 핵심인 자기조절력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 아이 발달에 대한 이해 없이는 육아를 감당해내기 어렵다. 이 시기 부모의 간섭은 아이를 위축시키고, 마음에 병이 들게 할 수 있다. 정 원장은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배우며 자란다. 그 모습을 보면 부모를 닮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믿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의 욕심과 체면을 위해 아이를 키워서는 안 된다. 또 아빠의 양육 참여는 아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만 상담을 받으러 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들은 상담 안 받고도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난 왜 이럴까?’ 싶어 스스로를 닦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담은 자신을 돌아보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강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보살필 줄 모르고 타인을 신뢰할 줄 모른다. 희망과 변화에 대한 의욕이 있다는 것은 이미 마음은 건강하다는 신호다.
허그맘 대구 센터에서는 ‘1 TO 3’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초기상담사, 임상심리사, 심리치료사 3명이 1명의 내담자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성장 잠재력를 키워주고 있다. 정 원장은 “희망과 무기력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내담자들이 방황하지 말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 아픔을 만나고 다시 토해내는 과정은 힘들지만, 긍정적인 관점과 적극적인 태도가 삶을 행복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모로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부모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수미 원장은 현재 성덕대학교 아동보육복지상담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영남일보 에듀포유 ‘내 아이 마음에 로그인하기’를 테마로 유아동, 청소년 대상의 정서교육 주제로 매월 두 차례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
대구심리상담센터 '허그맘' 정수미 원장, ‘현명한 부모의 역할은?’
입력 2016-05-31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