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라벨 잘못 붙였다 국가 전복죄?

입력 2016-05-31 13:55 수정 2016-05-31 17:36
중국 공안에 체포된 푸씨가 모바일 메신저로 공유한 술병 라벨 사진. 천안문 사태를 상기시키는 탱크 행렬이 묘사돼 있다.

중국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유혈진압한 1989년 6월4일 천안문 사태 27주년이 임박했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을 상기시키는 라벨이 붙은 술병 사진을 온라인에서 공유한  중국 남성이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인권운동 사이트에 따르면 쓰촨성의 청두에서 임시 노동자로 일하는 푸하이루(29·符海陸)씨가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 29일 공안(경찰)에 체포돼 수감됐다.
 
1989년 6월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한 청년이 탱크 행렬에 맨몸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민주화 항쟁의 상징이 된 사진이다.

공안이 문제 삼은 것은 푸씨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중국어로 웨이신)에 올린 술병 사진 한장. 탱크 행렬 앞에 한 남자가 맨몸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라벨에 새겨져 있다. 천안문 사태의 상징이 된 사진을 묘사한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술 이름인 '八酒六四'도 '바이지우리우쓰(8964)'로 읽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1989년 6월4일을 기념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오랫동안 천안문 사태의 기억이 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왔다면서 푸씨 체포는  27년이 흘렀지만 학살의 정치적 상처가 얼마나 생생한 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