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뜻밖의 재앙’
태국 방콕의 동부 교외에 사는 아타포른 분마크추아이(38)는 지난 25일 여느 때처럼 아침에 반 쯤 감긴 눈으로 화장실로 가 ‘볼 일’을 보러 변기에 앉는 순간 깜짝 놀랐다. 갑자기 변기 속에 있던 무언가가 그의 성기를 덥썩 물고는 잡아당겼기 때문. 갑작스러운 고통에 비명 소리를 들은 그의 아내가 달려와 떼어낸 것은 길이가 3m에 이르는 비단뱀이었다.
뱀은 하수구 배관을 통해서 그의 화장실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변기는 피범벅이 돼 있었다. 그는 “(성기가)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회고했다. 분마크추아이의 고통스러운 일화는 방콕포스트와 AP통신 등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고 호주 퀸스랜드주에서 야생동물 처치사로 일하는 조프 제이콥스는 영국 BBC방송에 설명했다. 20년 동안 가정집에 침투한 뱀을 잡는 일을 해온 그는 “뱀은 단지 쥐의 동선을 추적하는 것뿐”이라며 “어느 나라든 하수도에는 쥐들이 있으며, 뱀들 역시 그들을 따라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제이콥스는 “만약 변기에 물이 별로 고여있지 않을 경우 그들이 건조한 배관을 타고 올라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가정용 양변기 아래에는 악취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S자’ 모양으로 굽어있으며 그 안에 물이 차있다. 그러나 이 물은 겨우 1.5~2인치 정도 구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뱀이 이를 뚫고 양변기로 올라오기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해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최소 4~5마리의 뱀을 가정집 화장실에서 잡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초록나무뱀이거나 융단비단뱀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연 뱀 뿐일까?
화장실에 나타날 수 있는 불청객은 뱀뿐이 아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탠지 아케드는 아주 ‘혐오스러운’ 경험을 털어놨다.
“새벽 3시인가, 4시쯤이었을 겁니다. 침대에 누워 자는데 화장실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자꾸 들려서 가봤어요. 변기 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개구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개구리라기에는 그 녀석은 너무 빨리 변기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어요.”
변기 안에 있는 불청객은 다름아닌 쥐였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렸다. 잠잠해졌다.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시간 쯤 뒤 화장실 쪽에서 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뚜껑 아래에는 또 다시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물을 한 번 더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케드는 변기 뚜껑을 열어봤다. 그런데 또 다시 쥐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재빨리 변기 뚜껑을 닫고 전문 쥐잡이꾼(rat catcher)을 불렀다.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었지만 그녀는 몇 주 뒤 집을 이사하고서야 ‘쥐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아일랜드 남부 코크주에서는 지난 4월 한 노인이 용변을 보기 위해 변기에 앉다 쥐에 엉덩이를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지역자치단체는 주민들에게 “사용하지 않았던 변기에 앉을 때는 항상 엉덩이 아래를 주시하고 앉을 것”이라는 권고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호주 등 몇몇 나라에서는 독거미도 불청객이 될 수 있다고 BBC는 경고했다. 특히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자주 출몰하는 깔때기 거미는 수영을 하지는 못하지만 물속에서 30시간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부에 있는 털에서 작은 기포를 형성함으로써 물에 뜨는 것은 물론 수중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악어도 화장실 불청객 괴담의 단골 소재로 꼽힌다. 1930년대에 미국 뉴욕의 하수도에서 악어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지만 BBC는 “단지 도시괴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프랑스 파리에서는 1980년대까지 센강을 지나는 가장 오래된 다리 퐁뇌프 다리 인근 하수도에서 실제로 악어 한 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가정집 화장실까지 침입한 적은 없다고 BBC는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