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인기 최고' 美 공원서 벌어진 '자리 예약제' 논란

입력 2016-05-31 00:06
돌로레스 공원의 모습 (출처: Flickr 아이디 JCroft)


살기 좋기로 소문난 미국 서부의 ‘황금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때아닌 ‘공원 예약제’ 논란이 한창이다. 돈을 받고 공원 자리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공공재인 공원 조성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수년간 소풍이나 웨딩 등의 이유로 공원 자리를 시민들에게 유료로 빌려줘왔다. 그러나 최근 번화가인 미션 디스트릭트 돌로레스 공원(Dolores Park) 자리에  예약제를 실시하는 것을 둘러싸고 젠트리피케이션 및 IT직종 종사 부유층과 서민층의 갈등 등 도시의 해묵은 문제가 터졌다.

한인 출신인 제인 김(38) 시의원은 지난주 예약제 반대 움직임이 일자 즉각 성명을 냈다. 김 의원은 이 성명에서 “우리의 도시를 팔려고 내놓아선 안 되며, 빌려주는 것도 안 된다”면서 “극부유층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는 '슬리퍼리 슬롭(Slippery Slope·번화가의 유명 공연장 Bottom of the Hill을 일컬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공원에서마저 그런 격차가 생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상원 선거에 출마할 에정인 제인 김 의원은 지난 24일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으로부터 ‘장래 미국을 이끌어갈 정치인 8인’으로 꼽히며 지지 선언을 받은 유망 정치인이다.

주말 사이 공원 관리 측은 항의가 격렬해지자 이를 받아들여 공원 예약을 금지시켰다.  제인 김 의원과 같은 시 감독위원회(Board of Supervisors·미국 7개주에서 각 도시에 있는 조직으로 시 전반 업무를 감찰) 소속 아론 페스킨 감독위원(Superisor)은 공원 잔디 및 목초지 예약에 대해 규제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페킨슨 위원은 “우리 모두에게는 샌프란시스코의 소중한 공공장소에서 맘껏 즐기고 소풍할 권리가 있다”면서 “모든 공간을 사유화하고 세밀하게 관리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예약제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주 상원 선거에서 제인 김 의원을 상대할 스콧 와이너 감독위원은 이 공원 지역이 지역구다. 와이너 위원은 “김 의원의 지역구 공원에서도 잔디 예약을 받는다”고 지적하며 돌로레스 공원에서도 같은 일이 허가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와이너 위원은 시 전체 공원의 자리 예약 문제에 대해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다.

와이너 위원의 지적대로 돌로레스 공원 이외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다른 공원에서는 여전히 자리 예약을 받고 있다. 돌로레스 공원의 경우 온라인으로 50명 이하 인원에게 33달러(약 3만9000원)에 예약을 받고  그 이상은 260달러(약 31만원)를 받았다. 소풍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허용됐으며 스포츠를 할 경우 잔디 위에 칠판으로 예약 표시가 됐다. 

사실 공원예약제는 애초 공원에 인원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돌로레스 공원은 최근 2050만 달러(약 244억원)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요즘 같은 맑은 여름날에는 평소에도 수많은 인원이 붐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관광객들의 '인스타그램 명소'로 이름높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이 공원에는 매 주말마다 7000갤론에 달하는 쓰레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원 관리소 측은 수많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곳곳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설치하는가 하면 ‘돌로레스를 사랑합시다’ 캠페인도 벌였다. 예약제 도입 역시 이 과정에서 나온 대안 중 하나였다.

다른 도시에서도 공원에 비슷한 예약제를 운영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독 문제가 커진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들어 극심해진 빈부 갈등이다. 한 시민이 블로그를 통해 돈 있는 사람들만 이용 가능한 예약제를 비판하면서 이 문제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예약제에 반대하는 항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후 1만7000명 넘는 사람들이 예약제 반대 운동에 서명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IT기업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백인 남성들이 공공축구장을 이용하려는 라틴계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이 영상에서 백인 일행 중 한 명은 자신들이 작성한 예약서류를 상대의 얼굴에 대고 흔들면서 27달러(약 3만2000원)를 들여 축구장을 예약했다고 윽박질렀다. 이에 상대방은 "돈 좀 있다고 축구장을 살 수 있다는 거냐"며 반발한다. 후일 백인 일행이 IT업체 ‘드롭박스’ 직원들로 알려지자 이 회사는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한 IT업체 창립자는 올해 공개 편지를 썼다가 내용중 노숙자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편지에서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달동네(Shantytown)으로 불렀다. 이어 “돈 많은 노동자들은 이 도시에 살 권리를 스스로 얻었다”며 "(도시 빈민들에게) 시비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2014년에는 구글 소유의 버스가 자회사 알파벳과 다른 IT기업들 근로자들을 따로 태우는 버스를 운영한 것으로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