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로 고혈압도 치료한다?

입력 2016-05-30 17:18
국민일보db

미용 성형에 많이 쓰이는 보톡스의 치료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번엔 난치성 고혈압을 보톡스 시술로 치료한 사례가 발표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휴정,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팀은 4가지 이상의 약과 신장신경차단술로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치료 중인 20대 남성을 보톡스를 이용한 ‘복강신경총 블록(신경 차단술)’으로 시술한 결과, 최근까지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 이하의 ‘정상’으로 조절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혈압은 일반적으로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인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과 심장이 완전히 이완돼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올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인 ‘이완기 혈압 (최저 혈압)’인 두 가지 숫자로 표기한다. 수축기, 이완기가 정상인 혈압은 120/80mmHg 이하이고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이다.

난치성 고혈압은 4종류 이상의 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상화되지 않는 상태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5% 가량이 해당된다.

복강신경총은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모인 신경집합체를 말한다. 흉추12번과 요추1번 앞쪽 복부에 위치하며 대부분의 상복부 내장혈관을 조절한다. 주로 상부 위장관계, 췌장, 간, 담낭 등 복강 내 장기의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통증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이 부분의 신경을 희석된 국소 마취제로 차단하는 시술을 한다. 약물 주입 후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쥐에서 복강신경총을 절단해 혈압을 조절한 동물 연구 보고가 해외에서 발표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난치성 고혈압 환자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20대 남성에게 총 5차례 복강신경총을 차단하는 시술을 했다.

박휴정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하지만 보톡스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 혹은 시술 효과를 유지시키는지 등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톡신스(Toxin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