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0대 국회 개원(開院) 첫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계파 청산’을 일성으로 외쳤다. 의원들은 김 내정자 인선을 용인하는 형태로 사실상 ‘혁신비대위’ 체제를 추인했다. 또 한번 당 쇄신안이 무너질 경우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1년간 원내대표로 일하면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당은 일방적으로 따르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내친다는 뜻의 ‘대의멸친(大義滅親)’ 자세를 요구하며 “계파에 발목 잡혀 한발도 못나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들 자제하고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내정자도 “주변 많은 분들에게 당내 분란과 계파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제발 이제 그만 싸우라고 해라.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이라며 “부정적 의미의 계파 활동으로 당의 화합을 해하고 언행을 하는 구성원은 윤리위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당내 여러 의원들은 계파 청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갈등을 봉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비대위와 혁신위를 통합하고 김 전 위원장을 혁신비대위원장에 내정키로 합의한 정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간 ‘3자 회동’에 대한 비판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사실상 지난 3자회동에서 공감을 이룬 당 정상화 방안이 용인된 셈이다. 의총에선 다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당권·대권 분리 여부’ 등에 대해서는 비대위 구성 후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키로 했다.
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파청산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반대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 홍문종 의원도 “다들 박수치는 분위기였다. (이번 전국위에선) 참석해서 잘 하겠다는 분위기 같다”고 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4·13 총선 이후 계속돼온 지도부 공백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돌입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원 구성 이전 1박2일 일정의 연찬회를 열어 계파주의 혁파를 위한 대국민 선언도 하기로 했다.
한편 하태경 의원은 의총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만 믿고 있다가 한방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많은 의원들이 공감을 했다고 전했다. 김성태 의원은 오전 라디오방송에서 “반 총장이 대선주자로 나서는 건 환영하지만 당헌·당규, 즉 정상적인 절차를 따라 후보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추대론’은 배부른 소리”라고 주장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새누리당 의총, 계파 청산 한목소리
입력 2016-05-30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