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팔리는 ‘흑인치약’… 인종차별에 둔감한 중국, 이번에 바뀔까?

입력 2016-05-31 05:01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중국 차오비의 세제 광고 장면. BBC중문망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페인트통과 붓을 손에 든 흑인남성의 얼굴과 흰 티셔츠에 페인트가 묻어 있습니다. 중국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며 작업을 겁니다. 못마땅한 여성은 흑인의 입에 세제를 밀어 넣고 세탁기를 돌려 버립니다. 비명소리 뒤로 세탁이 끝나자 말끔해진 중국인 남성이 얼굴을 내밉니다. 그제서야 여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중국 상하이 소재 화장품업체 레이상의 세제 브랜드 ‘차오비’ 광고입니다. 누가 봐도 흑인 비하에 인종차별입니다. 지난 3월 방송됐지만 중국에서는 별 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에 공개되자 비난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결국 차오비는 지난 28일 “유색인종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사과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레이샹 대변인 자격의 왕모씨는 환구시보에 “서방 언론이 일을 키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중국에서 많이 팔리는 치약 중 ‘흑인치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흑인도 이 치약을 쓰면 이 하나만은 하얗게 될 수 있다는 뜻일까요. 하얀 이를 드러낸 흑인 캐리커처가 버젓이 포장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인종차별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영문명이 ‘검둥이’를 뜻하는 ‘다키(Darkie)’였다가 ‘달리(Darlie)'로 바뀌었지만 중문명 ‘흑인치약’은 요지부동입니다.

중국에서 많이 팔리는 '흑인치약'.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지만 중국에서는 문제 제기가 되지 않고 있다. 바이두

알게 모르게 중국문화에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인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베이징이공대 후싱더우 교수는 “중국은 한족이 절대 다수고 유교로 대표되는 주류 문화가 수천년 이어지면서 인종갈등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연원’을 설명합니다. 게다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인은 백인을 발전된 서구와 동일시했습니다. 흰 피부는 미의 상징이죠. 해수욕을 즐기는 중국 아줌마 사이에 얼굴을 타지 않게 하는 복면 모양의 페이스키니(facekini)가 유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차오비 세제 광고 논란을 계기로 인종차별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질지 주목됩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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