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대선 출마 시사’ 관련 관훈클럽 간담회 발언에 대해 “그 내용이 과대·확대·증폭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당혹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5박6일 방한 일정을 두고 국내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확대·재생산되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은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DPI NGO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방한한 건 개인적 목적이나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 행사에 참여·주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반 총장은 방한 첫날인 지난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퇴임 이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반 총장이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불거졌다. 또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박근혜정부와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반 총장은 이번 방한이 정치적 목적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회원국을 방문한 공식적 일정의 일환”이라고 했다. 제주포럼에 참석한 계기에 대해선 “제주포럼은 제가 외교통상부 장관일 때 설립됐으며 2008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도 참석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할 건 아직도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정확히 7개월 남았다는 것”이라면서 “임기를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 국민 여러분들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종료 후 대선에 출마할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면담과 안동·경주 방문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도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반 총장은 “제가 무슨 일을 할지는 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제가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 26일 전·현직 외교부 간부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관훈클럽 발언이) 과대해석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과 일산, 안동, 경주로 이어지는 그의 모든 일정과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자 다시금 분명히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그의 ‘폭탄 발언’이 정치권을 뒤흔들어놓은 뒤여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주=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반기문 “과대·확대·증폭 당혹...제가 할일은 제가 결정한다”
입력 2016-05-30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