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한 일정과 언론 보도 내용,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유엔 DPI NGO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행사 내내 영어로만 발언했지만 이때만은 모국어를 썼다. 당초 유엔 측은 국내 정치 관련 질문은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 총장은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반 총장, ‘치고 빠지기’ 나서나=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가 ‘비공개’였음을 강조했다. 비보도 전제로 한 발언이 일반에 알려진데다 본의에 어긋나게 과대 해석돼 억울하다는 취지로 읽혔다. 반 총장은 “국내에서의 행동을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건 삼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반기문 대망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관훈클럽 간담회 당시 발언에 ‘권력 의지’가 너무나 뚜렷이 담겨 있어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는 얘기가 많다. 참여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낼 때부터 10여년간 따라다니던 ‘기름장어’라는 꼬리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당시 발언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해도 언젠가는 발언 내용이 유출될 게 분명하다. 이 경우 반 총장이 공식적으로 대권 도전에 유보적인 입장만을 내놓는 이면에 당시 발언 내용이 암암리에 유포되면서 더 큰 혼란을 가져왔을 개연성이 많다. 정치적 야심이 전혀 없었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이었단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선 반 총장이 ‘치고 빠지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5박6일 일정을 통해 범여권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져놨다.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내 정치권과 여론의 동향을 관망한 뒤 ‘최종 결단’을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5박6일 일정 마치고 뉴욕으로… 기자들 질문엔 ‘묵묵부답’=반 총장은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유엔 소속 직원 등 측근들과 간단히 조찬을 하고 NGO 컨퍼런스의 일환인 ‘유스 코커스(Youth Caucus)'에 참석했다. 함께 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잠시 만나고 NGO 컨퍼런스 개회사를 했다.
반 총장은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6·25 전쟁 당시 저는 다른 아이들과 야외에서 공부했다. 모든 학교가 파괴됐고 교과서도 없어 유엔에서 기증한 교과서로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런 교육 덕분에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이 자리에 선 것”이라면서 “교육 덕분에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대국으로 변모했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라면서 “농촌 개발과 사회경제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아프리카에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이번 순방에서 역점을 두고 홍보 중인 ‘새마을운동’이란 말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개회사와 기자간담회까지 마치고 경주 시내 한 식당을 찾아 수행원들과 오찬을 했다. 취재진이 따라붙으며 질문 공세를 펼쳤지만 반 총장은 “고생 많으셨다. 고맙다”고만 했을 뿐 어느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경주=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반기문, 5박6일 ‘오해받을 만한 행동’ 해놓고…갑자기 뒷수습 나선 배경은
입력 2016-05-30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