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라 더 슬픈 이곳… 레알 마드리드 팬 습격한 IS

입력 2016-05-31 00:06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축제가 벌어진 29일 아침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세르히오 라모스가 키벨레 동상에 팀 머플러를 걸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이라크의 레알 마드리드 팬 피습 현장. 사진=AP뉴시스, 데일리메일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중계방송으로 시청한 이라크 팬 12명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3만명의 팬들이 마드리드의 광장으로 모여 우승을 자축한 축제 속으로 전해진 이 비보는 지구촌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스페인 일간 아스는 3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64㎞ 떨어진 바쿠다의 한 클럽에서 IS의 총격으로 레알 마드리드 팬 1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희생자들은 이라크 국적의 레알 마드리드 서포터스로 알려졌다. 신문은 “희생자들의 연령대가 18~30세 사이”라고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29일 오전 3시45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벌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정규시간 90분 동안 1대 1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대 3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 시간으로 28일 오후 8시45분, 이라크 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9시45분 경기였다.

괴한 4명은 승부차기 때 이라크 팬들을 습격해 총기를 난사한 뒤 달아났다. 이라크 시간으로 자정 전후의 시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의 레알 마드리드 팬클럽 회장인 지아드 알비다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지막 페널티킥이 성공했을 때 총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최종 38라운드가 열렸던 지난 14일에도 이라크 팬 16명이 총기난사에 희생됐다. 불과 보름 만에 벌어진 같은 사건이다.

7시간 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시벨레스 광장에선 ‘빅 이어(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고 서둘러 귀국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3만명의 팬들이 축제를 벌였다. 마드리드 도착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29일 오전 6시였다. 선수단은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횟수인 숫자 ‘11’, 스페인어로 챔피언을 의미하는 ‘캄피오네(Campeones)’를 새긴 버스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세르히오 라모스는 시벨레스 광장에 내려 키벨레 동상의 목에 레알 마드리드 머플러와 깃발을 감고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이런 축제 속으로 이라크 팬들의 비극적인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분노했다. SNS에는 “죽은 이라크 팬들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애도와 함께 “축구를 좋아할 자유조차 용납하지 않는 IS에 환멸을 느낀다” “이번 테러는 지구촌의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 대한 도전”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