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화젯거리를 쏟아내는 팀 중 하나다. 한화 팬들은 ‘멘탈’과 ‘인내심’이 대단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같은 내용들은 종종 개그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tvN ‘SNL 코리아(이하 SNL)'에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거쳐 한화의 이야기를 개그의 소재로 사용했다. 방영 후에는 SNS 등 온라인상에서 팬들과 시청자로부터 재차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8일 SNL에서는 배우 권혁수가 명품 코믹연기로 한화 이글스 팬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권혁수는 ‘멍 때리기 대회’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한화 팬으로 등장했다. 권혁수는 주변의 온갖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유세윤이 멍 때리기의 비결을 묻자 권혁수는 가슴에 이글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보여주며 직접 한화 팬임을 밝혔다. 이어 유세윤이 ‘한화가 이겼다’고 외치자 권혁수는 '악' 소리와 함께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도 한화 팬들의 이야기가 SNL에서 소개됐다. 신동엽과 김민교가 등장한 ‘응답하라 2013’에서는 20년 동안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한화 팬이 결국에는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신동엽은 20년 후 아들 김민교와 무전 중에 자신이 화병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서 삼성을 응원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2014년 ‘기쁘다 성근 오셨네’ 코너는 김성근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들뜬 팬들의 마음을 담았다. 어린이 팬으로 등장한 김민교는 9개 구단 중 한화가 8위를 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지는 것에 익숙해져 감정은 메말랐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강유미는 한화 덕분에 입맛이 없고 다이어트를 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한화는 30일 현재 프로야구에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해 시즌 첫 4연승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매년 성적은 좋지 않지만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는 것이 한화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강팀으로 거듭난 한화와 팬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는 날이 올지 궁금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