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으로부터 56일. 데뷔전으로부터는 50일. 그렇게 기다렸던 첫 홈런을 터뜨렸지만 더그아웃은 이상할 정도로 잠잠했다. 그는 더그아웃 안쪽 구석에서 조금 서운한 표정으로 보호 장비를 풀었다.
잠시 뒤 적막을 깨고 동료들이 그에게 일제히 몰려가 손바닥으로 몸을 두드리고, 팝콘을 쏟아 부었다. 데뷔 홈런의 축하인사였다. 그제야 안심한 듯 환한 얼굴로 바뀐 그는 더그아웃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동료들의 장난기 어린 환대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김현수(28)가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쳤다. 3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4로 맞선 7회초 주자 없는 2사 때 솔로 홈런을 때렸다. 클리브랜드의 3번째 투수 제프 맨십의 5구째 시속 148㎞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당겨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올 시즌 데뷔한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그린 대형 포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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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더그아웃의 침묵은 일종의 신고식이다. 메이저리그에는 데뷔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타자를 외면하는 짓궂은 전통이 있다. 김현수는 배터박스 앞에서 손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한 3번 타자 매니 마차도와 손뼉을 쳤지만, 더그아웃의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당황한 듯 혼자 팔을 이리저리 내밀며 들어갔다.
김현수는 7회 말 수비 때 조이 리카르드와 교체됐다.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타율은 0.386에서 0.383으로 소폭 하락했다. 지금까지 47타수 18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74로 상승했다.
김현수의 홈런은 이 경기의 결승타였다. 볼티모어는 9회초 놀란 레이몰드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추가해 6대 4로 승리했다. 중간 전적 28승20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를 지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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