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나홍진, 다른 듯 닮은… 이 집념의 사나이들

입력 2016-05-30 10:49 수정 2016-05-30 10:50
CJ엔터테인먼트,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한국영화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믿고 보는’ 거장들이 연이어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가씨’의 박찬욱(53) 감독과 ‘곡성’의 나홍진(42)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두 감독은 십년 이상의 경력 차이가 난다. 작품관부터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 나란히 묶여 자주 함께 거론된다. 비슷한 시기에 신작을 내놨기 때문만은 아니다. 둘 사이 닮은 지점이 적잖이 존재하는 탓이다.

일단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국내 대표 감독들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깐느 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박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드보이’(57회 심사위원대상)와 ‘박쥐’(62회 심사위원상)로 두 차례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아가씨’는 올해(69회) 경쟁부문에 진출해 쟁쟁한 걸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 감독은 만드는 작품마다 칸의 부름을 받은 실력자다. 장편 데뷔작 ‘추격자’로 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소개된 것을 시작으로 ‘황해’로 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올해 ‘곡성’으로 비경쟁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매번 기존 틀을 깨는 신선한 연출로 호평을 얻었다.

영화 '아가씨' 촬영 현장에서의 박찬욱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감독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두철미한 작업 스타일이 유사하다. 강한 집념의 소유자들로도 통한다. 지독하리만큼 끈질기고 정성스럽게 작품을 대한다. 100%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박 감독은 철저하게 미리 계획된 그림을 완성시켜나가는 식의 작업을 한다. 배우의 대사나 표정, 얼굴 각도, 몸짓 하나조차 놓치지 않는다. 눈동자 각도까지 체크하는 수준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시청각이 굉장히 예민해 ‘디테일의 끝판왕’이라는 말도 듣는다.

나 감독 역시 정확하고 세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배우의 해석과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자는 주의다. 다만 본인이 원하는 연출 방향은 명확히 추구한다. 촬영 현장 전반을 챙기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컨트롤하는 편이다. 막내 스태프 컨디션까지 파악하고 촬영에 임할 정도로 세심하고 민감하다고 한다.

이들과 함께 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혀를 내두른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박 감독과는 ‘아가씨’에서, 나 감독과는 ‘추격자’ ‘황해’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하정우는 지난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곡성' 촬영 현장에서의 나홍진 감독.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감독으로서도 활동하는 하정우는 “(두 감독과 작업하면서) 나는 과연 이 사람들처럼 내가 만든 영화를 사랑하고 잘 알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연출작들을 돌아보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가씨를 촬영하면서 영화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배웠다. 감독이 사랑하는 만큼 영화가 갖는 매력과 생기도 커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나 감독에 대해서는 “6년에 걸쳐 곡성을 만들었다. 그 기운이 느껴지기에 관객들도 기꺼이 지지를 보내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곡성은 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 감독이 “제 작품들 중 가장 공을 들이고 정성을 쏟아 애착도 크다”고 자신한 아가씨는 6월 1일 관객을 만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