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화화(生生化化)’라. 생생함이 자연 그대로 살아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정적인 아름다움이 작품에 배어있다. ‘정중동’의 미학이랄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빌딩 201호 칼리파 갤러리(02-516-9643)에서 5월13일부터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신소연 작가의 작품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린다.
요즘 한국 미술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단색화의 계보를 이어가는 스타일의 작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돌가루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한지를 덧입힌다. 화면 위에서 돌가루, 한지, 색감을 통해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구현해낸다. 작가의 그림은 선(禪)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한지를 뜯어 연이어 붙임으로써 윤회와 현재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수 없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몰입'이라는 정신세계로 나아간다. 몰입이란 삶의 본질에 대한 몰입이다. 수만 개의 꽃송이를 캔버스 위에 피워낸다. 그것은 살고 또 살아가고, 피어나고 또 피워내는 역동적이면서도 끊임없는 인생의 윤회를 말하는 것이다.
윤회란 과거가 현재와 만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윤회와 현재의 이미지를 담고 있음은 물론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몸짓이다. 이번 전시에 걸린 대작 ‘그리움은 산이 되고’에서는 사람과 삶이 피워낸 그리움의 꽃이 산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삶이 피워낸 그리움의 꽃이 화면에서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그의 그림은 현대인들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초월하여 절대자유의 경지에 다다르길 바라는, 즉 정신적 이상향에 다가가는 길을 제시한다. “눈 감으면 그립고/ 눈 뜨면 더 그리운 그대/ 늘 우리 곁에/ 그대 꽃피어 있어라/ 그리움은 산이 되고…”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은 그리움이 피어나고 떠올려지는 감상에 젖게 된다.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동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를 나왔다. 국내외에서 14회 개인전을, 40여회 기획전 및 단체전을 가졌다. 제10회 나혜석 미술대전 대상,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단원미술대전 선정 작가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삼성신라호텔, 현대아산병원, 수원시청, 한림대학병원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홍콩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 쇼(Asia Contemporary Art Show) 한국 커미셔너인 칼리파 갤러리는 역량 있는 한국작가를 꾸준히 기획, 초대하고 해외에 알리는 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신소연 작가의 서정적이면서도 사유와 힐링을 선사하는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캘리파 갤러리는 동양화의 전통적 소재를 주제로 삼아 오랜 비구상작업 시절을 거쳐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단색화 작품을 홍콩 미술애호가를 겨냥해 2016년 9월에 열리는 홍콩 Asia Contemporary Art Show에 선보일 예정이다. 손경란 대표와 신소연 작가의 의기투합이 침체된 화단에 의미 있는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살아꿈틀거리는 그리움을 꽃피우다! 신소연 작가 ‘생생화화’ 칼리파갤러리 개인전
입력 2016-05-30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