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묻고싶다

입력 2016-05-30 00:01 수정 2018-01-23 16:16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추모 물결은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수천·수만 개의 포스트잇을 통해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약자들이 편견과 폭력으로부터 억압받아 왔는가를 역설하고 있었다.

[청년기고] ‘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묻고싶다
정인갑(28)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중 일부는 사건에 담긴 문제들을 뒤로하고 무의미한 편가르기를 통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 사건에 대한 여론이 여성 혹은 남성 혐오라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는것이다.

지난 시간동안 우리가 안일하게 덮어두려고 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묻고 또 물으며 반성하고 남녀 간의 입장 차이를 서로 헤아리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그들은 오직 자기의 주장만을 옳다고 강요하는 '또 다른 묻지마'를 통해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증폭시켜왔다.

심지어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한다는 일부 언론은 ‘갈등’이라는 두 글자로 무책임하게 사건을 정리하는 것도 모자라 과장과 왜곡을 통해 이 참혹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정치권 인사들의 행보와 연결지으며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는 다양한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절대로 사회적 약자에게 일방적 공격을 가하기 위한 '폭력의 자유'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남녀가 편을 가르고 잘잘못을 따지며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 가지는 진정한 함의를 발견하고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따짐으로써 다시는 이렇게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묻지마 살인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반대편을 짓밟으려고만 하는 소모적인 대결보다 인간으로서 응당 안전하고 편견없이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물으며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는가?


정인갑(28)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 프로필
-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북한대학원 대학교 석사과정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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