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올해 이란인 메카 성지순례 못 보내” 사우디 압박

입력 2016-05-29 20:27
이란 정부가 29일(현지까지)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순례하는 행사 하지(Hajj)와 관련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올해 하지에 자국 무슬림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이드 오하디 이란 하지위원장은 이날 국영 IRNA통신에 “오늘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사우디가 이란 제안에 동의한다는 서한을 보내지 않으면 올해 이란 국민의 하지 불참을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는 이슬람 성지를 순례하는 행사로 무슬림 5대 의무에 포함된다. 모든 무슬림은 일생에 1번 이상 하지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사우디는 ‘성스러운 모스크 2곳의 수호자’(Custodian of the Two Holy Mosques)라 불리며 하지 관리 권한을 독점한다. 이란은 5일 간의 하지 행사를 독립적으로 관리·감독하자고 제안했으나 사우디가 거절하고 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육군의 날을 맞아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P뉴시스


이란은 하지 중 메카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자 사우디에 순례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지난해 9월 11일 메카 대성전에 있던 대형 크레인이 쓰러지며 최소 11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메카 인근 미나의 종교 의식 ‘자마라트’가 거행되던 중 하지 순례자들이 몰리면서 2000명 이상이 압사했다.
지난달 이란 정부는 대표단을 사우디에 파견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1월 사우디가 시아파의 저명한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하고,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한 뒤 양국 외교 관계는 단절됐기 때문이다. 현재 사우디와 이란에는 상대국의 대사관이 없으며, 사우디는 하지에 참석해야 하는 이란 국민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