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숙이 타령' 사설 기록된 '게우사' 필사본 완전상태로 첫 발견

입력 2016-05-29 17:39
국악음반박물관이 공개한 '게우사' 필사본의 표지와 내부.

판소리 열두바탕 가운데 하나인 ‘무숙이 타령’의 사설이 기록된 ‘게우사(戒友詞)’ 필사본이 완전한 상태로 처음 발견됐다.

국악음반박물관은 최근 경매에서 구입한 ‘게우사’를 29일 언론에 공개했다. 가로 19cm, 세로 29.3cm 크기의 한지 62쪽에 한글로 내용이 적혀 있으며, 앞표지와 내부에 각각 한자와 한글로 제목이 적혀 있다.

일명 ‘왈자 타령’으로도 불리는 ‘무숙이 타령’은 방탕하게 살던 김무숙이 기생 출신 첩 의양이 주도한 계략에 의해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의 판소리다. 창과 가사가 소실된 채 오랫동안 제목만 전해지다가 1992년에 박순호 원광대 교수 소장 한글소설 ‘게우사’ 필사본이 ‘무숙이 타령’이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박순호 소장 ‘게우사’가 일부 낙장이 있는데 비해 이번에 발굴된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게우사’는 낙장 없이 완전한 상태다. 이로써 ‘무숙이 타령’을 온전하게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19세기 후반 명창들의 특징에 대한 기록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판소리 초기 역사를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은 “‘무숙이 타령’의 뒤를 이어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 가사가 6쪽 기록돼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이 필사본은 당대 판소리 명창이 실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보았던 소리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자리 잡은 국악음반박물관은 6만3000여점의 국악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사립박물관이지만 1896년부터 올해까지 120년간 생산된 국악 음반의 95%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은 기념비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