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뮤지컬 '한여름의 혈투' 펼친다

입력 2016-05-29 16:51
조승우와 옥주현이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오디컴퍼니 제공
쇼뮤지컬의 바이블로 불리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CJ E&M 제공
'오즈의 마법사'의 비화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 클립서비스 제공
프랑스 뮤지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에 빈 뮤지컬 붐을 일으킨 뮤지컬 '모차르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여름은 연말과 함께 뮤지컬계의 양대 성수기로 꼽힌다. 특히 1000석 이상 대극장을 중심으로 블록버스터 뮤지컬 대전이 펼쳐진다. 올해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부터 작품성과 스타를 앞세운 신작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올여름을 달굴 뮤지컬들을 한눈에 살펴 보자.

◇흥겨운 쇼뮤지컬=무더운 여름에는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제격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들로 만든 ‘올슉업’(6월 17일~8월 28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이 새 단장을 했다. 오토바이 고장 때문에 낯선 마을에 머물게 된 채드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으로 ‘올슉업’이라는 제목은 사랑에 빠져 미치도록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한다. 가죽점퍼를 입고 다리를 흔드는 채드는 생전의 엘비스를 연상케 한다. 올 공연에는 가수들의 출연이 유난히 많다. 휘성 김성규(인피니트) 박정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쇼뮤지컬의 바이블로 불리는 ‘브로드웨이 42번가’(6월 23일~8월 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1930년대 미국 공황기 브로드웨이에서 시골 출신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준다. 화려한 탭댄스를 비롯해 다양한 춤이 최고의 볼거리다. 올해는 국내 초연 20주년을 맞아 안무가 레지나 알그렌이 새롭게 연출 및 안무를 맡은 브로드웨이 뉴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삼둥이 아빠’ 송일국이 뮤지컬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비극의 서사시=극한의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는 땀을 식히는데 최고다. 뮤지컬에도 관객을 스산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다.

신작 ‘에드거 앨런 포’(5월 26일~7월 24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는 미국의 유명 작가 포의 삶을 소재로 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의 아픔 등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은 뒤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타락해가는 예술가의 삶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렸다. 세계적인 팝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로 뮤지컬 ‘갬블러’의 작곡가인 에릭 울프슨의 유작이다. 마이클리, 최재림, 김동완이 포에 캐스팅됐다.

팀 버튼이 감독하고 조니 뎁이 타이틀롤을 맡은 영화로 유명한 ‘스위니토드’(6월 21일~10월 3일 샤롯데씨어터)는 명실공히 올여름 최고의 화제작이다. 뮤지컬계 남녀 주인공 섭외 1순위인 조승우와 옥주현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미국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으로 사악한 판사 때문에 아내와 딸을 잃은 이발사의 핏빛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2007년 한국 초연 당시엔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티켓 예약 전쟁이 벌어진 상태. 국내 대표적 프로듀서인 신춘수와 박용호는 올해와 내년 각각 다른 프로덕션으로 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잭더리퍼’(7월 15일~10월 9일 디큐브아트센터)는 19세기 런던을 공포에 떨게 만든 연쇄살인마 잭더리퍼와 그를 쫓는 형사 앤더슨의 이야기를 그렸다. 체코 원작의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원작자의 승인 아래 왕용범이 각색 및 연출을 맡아 한국 정서에 노래, 줄거리 등을 상당 부분 재창작했다. 살인범을 찾는 퍼즐 속에 암울한 도시에서 타락한 개인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2009년 초연부터 참가한 류정한 엄기준 등 팬층이 두터운 뮤지컬계 스타들이 이번에도 나온다.

◇스테디셀러의 표본=국내 초연 당시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며 브랜드를 만들어낸 뮤지컬들이 있다. 이들 작품은 재공연을 거듭해도 관객의 사랑이 식을 줄 모른다.

‘모차르트!’(6월 10일~8월 7일 세종문화회관)는 우리나라에 빈 뮤지컬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김준수의 출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 천재작곡가 모차르트의 인간적 고뇌를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담아내며 당시 뮤지컬상을 휩쓸었다. 이후 박효신 등 유명 스타들이 거쳐가는 작품으로 관객몰이에도 매번 성공했다. 올해는 가수 이수가 미성년자 성매매 전력 때문에 논란 끝에 하차하고 이지훈 규현 전동석이 모차르트로 출연한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노트르담드파리’(6월 17일~8월 21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는 프랑스의 국민 뮤지컬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작품으로 ‘대성당의 시대’ ‘벨’ 등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가 많다. 여기에 현대무용와 곡예가 조화를 이룬 화려한 안무 역시 놓쳐서는 안된다. ‘노트르담드파리’가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후 다른 프랑스 뮤지컬이 여러 편 무대에 올랐지만 이 작품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곱추 콰지모토 역에는 홍광호와 케이윌이 캐스팅 됐다.

‘위키드’(7월 12일~8월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미국의 국민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비화를 다룬 작품이다. 동화에 나오는 나쁜 마녀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가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한 선악구도가 아니라 차별에 대한 반대, 여성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낸 수작으로 올해 브로드웨이 사상 최단기간인 12년5개월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13년 내한공연, 2014년 라이선스 초연 모두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차지연 박혜나와 정선아 아이비가 엘파바와 글린다로 각각 출연한다.

◇유일한 창작뮤지컬=‘페스트’(7월 22일~9월 30일 LG아트센터)는 서태지 뮤지컬로 불린다.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가수 서태지의 노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의 동명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뒤 ‘너에게’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 ‘테이크 6’ ‘틱탁’ 등 주요 곡 안에 이야기를 녹여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을 이야기한다. 창작뮤지컬 가운데 아직 주크박스 뮤지컬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 만큼 ‘페스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관심이다. 주역인 의사 리유 역으로 김다현 박은석 손호영이 캐스팅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