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앞에서 자위행위, "누나 우리 사귀자"…교권침해 백태

입력 2016-05-29 11:26 수정 2016-05-29 15:21

【청주=뉴시스】연종영 기자 = #사례 1 = 충북의 한 중학교. 남학생이 인쇄물을 나눠주는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누나 우리 사귀자"고 말한다. 다른 학생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기로 촬영한 후 미니홈피에 '선생님 꼬시기'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린다.

#사례2 = 중학교 여교사가 잠자는 A군에게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훈계하자 A군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갑자기 자위행위를 시작한다. 학교선도위원회가 진상조사를 벌이고 처벌수위를 협의하는 기간에도 A군은 성인사이트에 야한 동영상을 올리고 직접 창작한 음란소설을 올린다.

#사례3 = 초등학교 여고사가 생활태도가 엉망인 B군을 훈계하자 다음 날 학생의 고자질에 격분한 B군의 이모는 교실에 난입, 다짜고짜 교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든다. B군의 이모는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충북도교육청이 29일 초·중·고교에 배포한 '교권보호 길라잡이'에 수록된 교권침해 사례의 일부다.

교권(敎權)의 개념과 교권침해유형, 유형별 대응방안을 담은 150쪽 분량의 교권보호 매뉴얼이다.

2011년 충북 초·중·고교에서 일어난 교권침해사례는 225건었다. 2012년 248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3년 71건으로, 2014년 35건으로 급격히 줄더니 2015년엔 99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교권침해의 기준을 보는 교육당국의 판단에 따라 사례로 등록되거나 등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식의 전환이나 강력한 대응이 없고 학생인권은 계속 신장하는 상황이라서 교권침해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한다는 얘기다.

2014년 5월 벌어졌던 사건은 위협받는 교단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학교폭력사안을 일으켜 벌칙을 받은 한 학생이 교무실에 난입, 자신을 처벌한 교사에게 폭언을 날리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사건이었다.

결국 이 학생은 퇴학처분받았고 교사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보람이 가득차야 할 교단이 위험한 곳으로 변하니 '이참에 교편을 놓자'고 마음 먹는 교사가 늘고 있다.

충북에서 명예퇴직 형태로 교단을 떠난 교원은 2013년 242명에서 2014년 367명으로 급증했고 2015년엔 278명이었다. 퇴직금·수당을 챙겨줄 교육재정이 넉넉한지, 부족한지에 따라 명퇴 규모가 정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명퇴교원수로 교단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명퇴를 신청해도 원하는 시기에 교단을 떠나지 못하고 길게는 1년이나 기다리는 '명퇴 재수생'이 늘어나는 게 이를 증명한다.

현직 교장 김모씨는 "적잖은 교원이 30년 이상 열정을 쏟던 교단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줄지 않는 교권침해"라며 "학생인권과 교권이 동시에 커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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