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AT 마드리드 꺾고 유럽 최고 클럽으로 등극

입력 2016-05-29 08:00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압하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쥐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AT 마드리드와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로 이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어느 팀도 하지 못한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 축구사를 새롭게 썼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승부차기를 꽂아넣으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호날두는 1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유럽 정상을 경험한 7번째 인물이 됐다. 취임 반 년 만에 가장 어렵다는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획득하며 데뷔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 했다.

2년 전 결승전에서 눈물을 삼켰던 AT 마드리드는 창단 113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렸지만 또 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벽에 가로 막혔다. 후반 동점골을 뽑은 뒤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레알 마드리드는 예상대로 카림 벤제마-가레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이어지는 BBC 라인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훈련 중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호날두는 우려를 딛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AT 마드리드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페르난도 토레스로 공격진을 꾸렸다.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와 가비 등이 허리진을 구성했다.

초반 분위기는 레알 마드리드가 주도했다. 호날두와 베일이 좌우 측면에 넓게 포진되면서 AT 마드리드의 질식 수비를 흐트러뜨렸다.

전반 6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가 기회를 잡았다. 베일의 프리킥에 카세미루가 오른발을 갖다댔지만 얀 오블락의 선방에 막혔다. 오블락은 완벽한 실점 위기를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넘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전반 15분 토니 크루스의 프리킥을 베일이 백헤딩으로 흘려주자 기다리고 있던 세르히오 라모스가 침착하게 마무리 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맛본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중반이 넘어가자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AT 마드리드는 그리즈만의 중거리 슛으로 저항했지만 섬세함이 부족했다.

AT 마드리드는 후반 시작 1분 만에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토레스가 페페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그리즈만의 슛은 골대를 때린 뒤 튕겨 나왔다. AT 마드리드는 고개를 숙였고 레알 마드리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벤제마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며 AT 마드리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오블락은 각도를 좁히고 나와 벤제마의 슛을 막아냈다. 후반 32분에는 호날두의 슛마저 쳐냈다.

곧바로 AT 마드리드가 균형을 맞췄다. 교체로 들어간 페레이라 카라스코가 사고를 쳤다. 카라스코는 후반 34분 후안 프란의 논스톱 크로스를 차넣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90분 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후반 막판부터 근육 경련을 호소했던 호날두와 베일의 발이 묶인 가운데 AT 마드리드 선수들도 체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연장 후반 초반 잠시 공격의 불을 당겼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승컵의 주인은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가려졌다. 대다수 키커들이 골키퍼를 속여가며 침착하게 골망을 흔든 가운데 AT 마드리드 4번째 키커 프란이 실축을 범했다. 호날두는 마지막 5번째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하며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