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파트 5층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현관문을 열 수 없게 됐습니다. 옆집으로 대피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발코니가 유일한 출구인데 아내와 3세 딸, 11개월 아들도 함께 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러시아투데이(RT)는 27일(현지시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찔한 영상과 함께 27세 가장 비탈리(Vitaliy)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비탈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주 서부의 도시 스트루니노(Strunino)에서 아내 엘레나(Elena),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2일 꿈에도 떠올리기 싫은 순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아파트 5층에서 살고 있던 비탈리 가족은 갑자기 아래층에서 올라온 열기와 연기에 당황했습니다.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 비탈리는 집 밖으로 대피하려 했지만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죠. 피할 곳은 발코니밖에 없었고 비탈리 가족 4명은 발코니 옆에서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소방구조대가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발코니 바깥에는 이웃 주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채 20분도 되지 않아 화염이 다가왔고 가득 찬 연기로 인해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됐습니다.
고심하던 비탈리는 발코니에 있던 낡은 카펫을 발견하고선 아래로 던졌습니다. 지역방송 보도에 따르면 카펫을 던진 뒤 비탈리는 이웃 주민들에게 "이것을 펼쳐 가족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웃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보면 검은 연기 사이에서 갑자기 어린아이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주민들이 펼쳐놓은 카펫 위로 떨어집니다. 태어난 지 11개월 된 막내아들과 3살 딸이 차례로 5층에서 날아오는데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아래에 있는 주민들이 카펫을 펼쳐 안전하게 받아냈습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