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 머리에 콧수염, 검은 셔츠 남성이 손을 내민다. 오른손 약지엔 거친 사람들 아니면 잘 끼지 않는 대형 은빛 반지가 있다. 이 손을 세심하게 살펴봐 주던 흰 가운의 여성이 뭔가를 떼어내는데, 아뿔사 새끼손가락이다. 테이블 위에는 새끼손가락 다섯 종류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인공 손가락 만들기 전문가 후쿠시마 유카코(44)의 이야기다.
비디오뉴스에이전시 럽틀리TV는 27일(현지시간) ‘전직 야쿠자를 위해 손가락을 창조하는 여인을 만나보라’란 제목의 2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했다. 주인공인 후쿠시마는 밝은 표정으로 와일드한 고객을 상대한다. 석고로 틀을 만들고 실리콘을 주입해 보형물을 만든다.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도록 세밀하게 색을 배합해 칠도 해야 한다. 완성품은 진짜 손과 별 차이 없다.
후쿠시마의 주된 고객은 전직 야쿠자다. 일본 폭력조직을 일컫는 야쿠자는 임무를 실패할 경우 속죄의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자른다. 때론 그저 조직에 대한 충성 표시로 자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야쿠자에서 시민으로 거듭나려면, 인공 새끼손가락이 필수다. 후쿠시마는 오사카 경시청의 보증으로 갱생의 길을 걷겠다고 약속한 이들만 소개받아 새끼손가락을 만들어준다.
영상을 보면 새끼손가락은 여성용도 있다. 매니큐어까지 발랐다. 손은 물론 발도 있다. 의수 의족을 모두 만드는 장인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는 “내가 만든 인공 부분이 사람들에게 꼭 맞게 되면 그들에게 새 삶을 부여해주게 되는 것”이라며 “그게 다른 어느 것 보다 나를 기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