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원자폭탄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는 미국의 1945년 원폭 투하 이후 71년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원 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찾지 않아 ‘반쪽 추모’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6~27일 일본 미에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평화공원을 찾아 피폭 사몰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또 일본인 피폭 피해자들과 포옹을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에서 17분간의 연설에서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10만명 이상의 일본인과 수천명의 한국인, 수십명의 미국인이 히로시마에서 희생됐다”면서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죄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죄악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투하에 대한 직접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여분간 원폭 자료관을 둘러보고 차로 원폭 피해 돔 건물까지 시찰했지만 피폭 사몰자 위령비에서 150m 거리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방문으로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에 면죄부만 주고,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피해국들의 목소리는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G7 정상들은 정상선언문을 발표하고 “북한의 지난 1월 핵실험과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하며 대북제재 결의를 완벽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도 촉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