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임직원 소환조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7일 “거라브 제인 옥시 전 대표가 검찰의 소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인도 출신인 그는 2006~2008년 옥시의 마케팅 부서장을 지냈고, 2010년 5월부터 2년간 대표(CEO)로 승진해 옥시 경영을 책임졌다. 이후 옥시 본사의 태평양-아시아(PA) 본부장을 맡다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한국에 입국해 조사를 받으려면 1주일 이상 소요되는데, 회사 일정이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조사를 받을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에 입국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존 리 전 옥시 대표가 검찰 소환 과정에도 피해자들과 몸싸움 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출석을 꺼리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검찰은 옥시 영국 본사에 가습기 살균제 수사와 관련된 임원들이 조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 출석 문제는 회사가 관여하기 어렵고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인 전 대표가 출석을 거부하며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그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한 핵심 관계자다. 검찰은 구속된 서울대 수의과대 조모(57) 교수에게 1200만원을 주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 거브라 전 대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마케팅 부서장 재직시절 ‘아기에게도 안전하다’는 문구로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데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그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옥시의 법인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외부감사나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제인 대표를 대상으로 주요 혐의점에 대한 이메일 조사 등을 할 방침이다. 또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를 받아 제인 전 대표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싱가포르 사이에는 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돼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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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지’ 모르는 前 옥시 대표… “바빠서 소환 거부”
입력 2016-05-27 17:26 수정 2016-05-27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