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적극 반발하면서도 자칫 정쟁으로 비쳐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분야별 태스크포스(TF)와 정책역량강화 워크숍 등을 통해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거부권 정국에서 정부여당과의 갈등만 도드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을 규탄하면서도 “이 문제에 매몰돼 국민 생활 상황, 주거불안, 가계부채, 청년일자리 등 산적한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의결하겠다고 하면서도 부결될 경우 법안을 재발의할지 여부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재발의는) 재의결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지 그 이전에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더민주가 대정부 공세에 비교적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20대 국회 초반부터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빨리 민생 국회를 만들기 위해 원구성 협상을 해서 법적 기한 내에 (원구성을) 하자는 게 기본 기조”라며 “(거부권 문제는) 덤비니까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정쟁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염려한 듯 거부권 정국과 민생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생보다 더 큰 정치는 없다”며 “최소한 투 트랙으로 정치는 정치, 민생은 민생 경제 문제로 나가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이 당내 문제와 전체 국정을 혼동하고 이용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야당과의 갈등을 부각시켜 새누리당의 내홍을 덮으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끌려가고 싶지 않은데… 자꾸 ‘거부권 수령’에 빠져드는 야권
입력 2016-05-27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