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혹을 폭로했던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경찰수사에 반발하고 나섰다. 신 교수는 대구지방경찰청이 26일 ‘경북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사건 내사 결과’ 발표에서 “부정 청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자 “편파 수사였고 수사 의지도 부족했다”고 비난했다.
신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와 자신의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부정 청탁을 부인하는 사람들의 진술만을 믿은 편파적 수사”로 규정했다. 특히 경북대 로스쿨 교수들을 설문 조사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경찰은 경북대 로스쿨 교수들로부터 협조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설문 조사 방식으로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8명은 끝내 수사를 거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신 교수는 “내부고발 성격을 갖는 사건인데 (강제 수사가 아닌) 내부구성원들에게 설문 조사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탁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모두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경찰이 내부 고발한 사람(신 교수 본인)의 명백한 증언,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제3자 증언이 담긴 녹취록 등 여러 증거들을 일방적으로 배척했다”고 했다. 경북대 불공정 입학 의혹 수사는 이 학교 A교수가 사법시험 동기로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B변호사의 아들을 입학시키려고 동료 교수들에게 청탁했는지 여부가 핵심이었다. 신 교수는 A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B변호사 아들을 언급하고 다닌 것은 내부 구성원 사이에 유명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근거 중 하나로 A교수가 동료 교수와의 식사 자리에서 B변호사의 아들을 언급한 점을 들고 있다. 당시 식사 자리에 배석했던 D변호사의 증언이 담긴 전화녹취 파일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A교수와 D변호사가 서로 알고 지내던 B변호사 근황을 얘기하던 중에 B변호사 아들이 언급된 것으로 (당시 식사 자리에 있었던) 동료 교수에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D변호사는 경찰조사에서 “청탁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신 교수는 “(진술이 엇갈리므로) 대질심문이나 거짓말탐지기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혐의를 받는 사람과 그 주변 인물 진술로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다른 의혹을 전혀 손대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했다. 신 교수는 입학 면접장에서 한 면접관이 지역차별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해 응시자의 동의를 받으려 했다고 주장한다. 로스쿨 입시에서 지역차별은 부모 신분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불공정 소지가 있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신 교수는 “그 외에도 다른 불공정 입학 의혹도 제보했지만 묵살됐다.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애초 어려운 수사였다.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부정 입학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대질심문, 거짓말탐지기 요구 묵살됐다”
입력 2016-05-27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