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거부권 행사는 27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19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 행사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 임시국무회를 전격 소집한 뒤 바로 거부권을 행사해 19대 국회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오전 7시10분(한국시간 오후 1시10분)쯤 국회법 재의요구안에 서명했다. 재가는 전자결재를 통해 이뤄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26일 오전(한국시간은 오후) 현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 안건을 심의할 임시국무회의 개최 건을 보고받았다.
박 대통령이 27일을 ‘D-데이’로 잡은 것은 국회법 개정안을 19대 국회로 돌려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임기만료일은 29일이지만, 28·29일은 휴일이다. 20대 국회로 법안이 넘어가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의 재의결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거부권 행사를 서두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19대 국회 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법률안은 19대 임기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되고, 20대 국회에서는 재의결할 수 없다는 정부 해석도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
박 대통령은 사실 처음부터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부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요구하면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과도한 견제’를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똑같은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부가 하는 업무가 매일 국회의 ‘감시’를 받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본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주도의 청문회가 앞으로 계속 남용될 경우 향후 국정과제 이행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쟁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됐다.
결국 남은 임기 국정운영 국회의 상시청문회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인식이 박 대통령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과도한 견제가 앞으로 계속 문제가 될 텐데 이를 두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처음부터 국회 상임위원회의 소관 현안을 청문회 대상으로 포괄 규정한 이 법안이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다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협치(協治) 파기’와는 성격 자체가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법으로 인한 더 이상의 논란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라며 “20대 국회는 민의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 19대국회 임기내 거부... 순방도중 속전속결 처리
입력 2016-05-27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