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둘 만의 여행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못 견딜 어색함이 떠올라 아찔한 남자들이 적잖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일주일’을 7명의 방송인이 체험했다.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부자(父子)의 여행기를 담은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아버지와 나’에서다.
‘아버지와 나’를 연출한 박희연 PD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20년 넘게 여행사 일을 해 본 분께 문의해 보니 ‘아버지와 아들 조합은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과연 얼마나 어색한지 궁금했다. 어색해서 만들어지는 재미가 있었고, 의외로 비슷한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박 PD는 “깊이 있는 가족애를 다룬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와의 여행에 나선 이들은 개그맨 남희석,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가수 김정훈, 배우 윤박, 가수 에릭남, 로이킴 바비다. 4~5월 사이 일주일 동안 아버지와 아들이 둘 만의 여행을 함께했다.
남희석 부자는 일본 삿포로, 추성훈 부자는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로 떠났다. 김정훈은 뉴질랜드, 윤박은 스위스, 에릭남은 체코, 로이킴은 라오스, 바비는 하와이로 부자의 여행을 다녀왔다.
예능이지만 재미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제작진이 사전 답사를 다녀오지도 않았고, 여행 중간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코스를 찾았고 여행을 꾸려 나갔다. 출연진들은 그래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나둘씩 전했다.
김정훈은 “제가 기획해야 하는 여행이라면 아버지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옆에서 스태프가 정말 아무것도 안 도와줬다”며 “통역도 없었고, 여행 가서 운전한 기억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버지와 색다른 시간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훈은 “부모님이 선을 봐서 결혼하셨다고 했는데 엄청난 과거를 알게 됐다. 아버지의 여성적 취향이 어땠는지를 알았는데, 방송으로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로이킴도 아버지의 비화를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로이킴은 “아버지가 방송 욕심이 있으시다”며 “저는 아버지가 방송 섭외 받으셨을 때 걱정이 됐는데, 아버지는 점을 빼러 다니셨다”고 말했다. 이어 “미팅이 있을 때는 메이크업도 하셨다”며 “아버지가 교수님이신데, 아재개그도 엄청나시다”고 덧붙였다.
로이킴은 또 “아버지와 사랑하지만 어색함이 있었다”며 “연락이 뜸 하고 자주 뵙지 못 해도 실망하시지는 않으셨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에릭남도 아버지의 방송 욕심을 이야기했다. 에릭남은 “아버지가 매일 제작진에게 분량 걱정을 하셨다”며 “프로그램 출연이 결정된 뒤 다이어트도 하시고 의상도 준비하셨다”고 말했다.
평소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낸다는 바비는 여행의 즐거움을 전했다. 바비는 “아버지와 일상과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며 “아버지와 오래 이야기하다보니 몰랐던 가정사도 알게 됐다. 충격적인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버지와 정말 즐겁게 여행하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다음달 2일 밤 11시 첫 방송.
[사진=tvN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아버지와 아들의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일주일...tvN '아버지와 나'
입력 2016-05-27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