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2억 들인 벤츠구급차 고철값만 받고 잇따라 폐차

입력 2016-05-27 12:27 수정 2016-05-27 13:12

소방당국이 2억원을 들여 구입한 ‘벤츠 구급차’가 불과 5년 만에 고철값만 받고 잇따라 폐차되고 있다.

27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은 2008년부터 응급환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구급차 140대를 도입, 전국 소방서에 배치했다.

이 차량 가격은 차량만 1억2000만원에, 환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영상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가 구비돼 대당 2억원에 달했다. 이는 영상시스템을 설치한 국산 구급차보다 2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전북에도 각 소방서별로 10대의 차량이 배정돼 2010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도입 목적과는 달리 원격 영상시스템이 국내 통신환경에 맞지 않아 병원과 연결하는데 5분씩 걸려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또 부품값이 비싸고 원거리 수리 등으로 운행에 부담이 컸다. 국산 구급차보다 차체가 1m 가까이 긴 탓에 좁은 소방도로 진입도 어려웠다.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한 벤츠 구급차는 5년의 운행기간이 끝나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차됐다. 불특정 다수의 환자가 탑승한 구급차의 특성 상 민간 매각마저 불가능해 모두 폐차장으로 직행했다.

전북에 배정된 10대의 구급차량 중 9대는 폐차됐고, 익산에서 운행 중인 나머지 1대도 오는 8월중 같은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2014년 18대, 지난해 37대가 이미 사라졌다. 모두 8대를 배정받은 충북에서는 지난해 6대에 이어 올해 2대를 폐차시킬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북소방본부는 차량의 상태에 따라 대당 150만~300만원을 폐차비용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지역 소방서는 50만원을 받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5년 만에 2억짜리 벤츠구급차가 400분의 1 가격에 고철로 팔린 셈이다.

결국 탁상행정으로 소중한 혈세만 낭비된 꼴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민간매각이 가능했다면 당연히 팔았겠지만 구급차 특성 상 감염우려가 있어 모두 폐차시켰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