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제2의 고건’ 될까-닮은 점과 다른 점

입력 2016-05-27 09:26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제2의 고건'이 될 것인가?

고건 전 총리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여권 대선 후보였다. 민선·관선 서울시장에다 김영삼-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총리를 지낸 경력은 국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고 전 총리는 2006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맞서 당시 유일한 여권 후보로 인식되며 지지율1위를 오르내리며 대권까지 근접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고 전 총리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고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자체적으로 경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듬해인 2007년 1월 고 전 총리는 스스로 후보 사퇴를 했다. 정당의 지지세력이 없고, 대통령마저 지원해주지 않자 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포기했다.

반 총장도 고 전 총리와 비슷하게 공직 중심의 경력만 있기 때문에 결국 정치권의 공세를 견디지 못해 중도에 하차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 총장은 1970년 외무고시 합격 이후 40년 넘게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부 장·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을 거친 뒤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또 각종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까지는 고 전 총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의 든든한 후원을 받지 못한 고 전 총리와 달리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친박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고 전 총리가 전북 군산 출신으로 우리나라 지역 구도 위주 정치판에서 불리한 위치였다면 반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여권 텃밭만 흡수한다면 '경상+충청'을 아우르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고 전 총리가 '국내용'이었던 것에 비해 반 총장은 '세계 최고 외교관'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 간 재직했다. 나아가 비교적 온화한 성품으로 타협과 통합의 이미지와 가장 근사치에 있다는 점도 반 총장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여권에서는 반 총장의 입당을 잔뜩 기대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반 총장의 파괴력을 염려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