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딱 이거야' 남혐 여혐 아닌 4만 공감 웹툰

입력 2016-05-27 00:05 수정 2016-05-27 01:54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왜 '여혐·남혐' 논란으로 번진걸까. 남녀는 어쩌다 서로를 이토록 혐오하게 된 걸까.

지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마치 남성과 여성이 편을 갈라 서로에게 "여성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놓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남성이 강남역 살인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비단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26일 한 여자 연예인 성매매 연루 기사에 달린 댓글은 황당하게도 여혐 남혐 논란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개그맨 유상무의 성폭행 사건과 슈퍼주니어 강인의 음주운전 사고는 남성이기때문에 실명 보도하고, 이 사건은 여자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여성 배우 김세아의 실명을 공개한 '불륜설' 연루 기사가 나왔다.

이번 사건이 '여혐-남혐' 논란으로 편을 나눠 다퉈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웹툰이 인터넷에서 큰 공감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및 대학원에서 임상심리를 전공한 이서현씨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은 26일 현재 4만명 이상이 '좋아요' 등을 눌렀고, 1만번 이상 공유됐다.

다음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다룬 웹툰. 웹툰을



네티즌들은 웹툰 마지막 컷에 여혐, 남혐 논란이 집약돼 있다고 했다.


웹툰은 여성과 남성의 성대결이 아닌 시민이라면 모두 '함께 지금이 괜찮지 않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멀쩡한 한 시민이 공중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죽는 상황을 말이다.

이 웹툰에는 'ㅇㄱㄹㅇ'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다. '이거레알'이라는 말의 초성만 딴 인터넷 용어다. 정말 맞는 말이라며 공감하는 것이다.

다음은 이 웹툰에 대한 더 자세한 네티즌 반응들.

'마지막컷 공감해.  남자들 다 예비범죄자로 몰아가는 것도 남자들에게 사과받겠다고도 아냐. 그저 지금 이 여자란 이유 하나로 죽을 수 있는 상황을 함께 해결해보자 이건 데. 왜 남녀싸움으로 번지는 걸까.'

'지금이 괜찮지 않다고 말해 줘. 이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갑론을박을 뚫고 나와 가슴에 와 닿는 한 마디야.'

'남녀 편을 갈라서 분탕질하는 두개의 모 커뮤니티가 강하게 개입한 것 같아. 이 두 커뮤니티의 개입은 그녀도, 그녀의 남자친구도 원하지 않을 텐데...어쩌다가 남녀가 서로 혐오하는 대상이 된걸까.'

이 웹툰과 비슷한 시점에 인터넷에 올라온 문유석 판사의 페북 글에서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서 여혐 혹은 남혐이 본질이 아님을 알아 차릴 수 있다.


여성을 싫어하는 남성이 이 사건을 벌였다기보단,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으로 봐야 함이 더 적절하다고 문유석 판사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자의 분노가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이라고 투덜거리는 것을 먼저 하는 이들'을 비판했다.

그 약자는 여자가 되기도, 남자가 될 수도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