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오후 10시까지인 서울 학원 교습시간을 학교 급에 따라 조정해 최대 오후 11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엄격한 규제가 서울 학생들의 학습권과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는 ‘사교육’ 시장만 배불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개최한 26일 토론회에선 찬반 양측의 격론이 이어졌다.
학습권, 선택권 해치고 형평성 어긋나
현재 서울지역 학원 교습 가능 시간은 학교 급에 관계없이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 사이로 정해져있다.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개정안은 시작 시간을 오전 6시로, 마치는 시간은 초등학생 오후 9시, 중학생 오후 10시, 고등학생 오후 11시로 다양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학생과 학원 강사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학원들이 자율적으로 휴업일을 정해 일주일에 하루 의무 휴업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할 예정이다.
교습시간 조정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사교육’을 ‘필요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공교육을 보완하는 학원 교습시간을 지나치게 제한해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지역적 차이나 ‘야간자율학습’, 인터넷 강의 등과의 형평성도 문제 삼는다. 고등학생들의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 건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대구 광주 세종 경기 5곳이다. 서울 지역 고교 22.6%는 오후 10시 이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서울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생들에 비해 ‘공부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원 교습시간만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지나치게 엄격한 교습 제한시간이 ‘편법’운영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운영 시간 이후에 카페 등으로 자리를 옮겨 교습을 하거나 창문을 막아 불빛을 가리고 셔터를 내린 뒤 수업을 이어가는 식이다. 고액과외로 학생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은 “음성적인 심야교습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데 처벌기준도 미약하고 제대로 지도·단속도 되고 있지 않아 교습시간 규제의 실효성이 약하다”며 “학생들을 위해 규제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 억제하고 무한경쟁 막아야
반대 측은 ‘공교육 정상화’ 기조에 역행하는 규제 완화가 사교육 시장만 배불릴 것이라며 반발한다. 좋은교사운동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후 10시로 제한하고 있는 지역 고등학생들의 심아 사교육 참여율은 제한 시간이 자정인 지역 학생들보다 45.4% 줄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오후 11시로 교습시간을 늘리면 현재보다 심야 사교육이 23%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교육의 ‘메카’인 서울과 다른 지역의 형평성을 단순히 교습시간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고도 반박한다. 통계청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33.8만원으로 가장 높고, 중소도시 24만원, 광역시 23만3000원, 읍면지역 16만원에 그쳤다. 참여율도 서울이 74.3%로 가장 높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서울 규제를 완화할 게 아니라 지역 규제를 강화해야한다. 형평성을 위해 교습 시간을 늘리면 지역 간 ‘사교육 무한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습시간 규제가 ‘학습권’과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헌법재판소가 2009년 학원 심야교습을 제한하는 서울과 부산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합헌 결정을 내린 점을 강조했다. 당시 헌재는 학생들이 원할 경우 야간자율학습 대신 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심야 교습 제한이 학생 수면·휴식시간 확보, 학교교육 정상화, 학부모 경제적 부담 완화에 기여한다고도 봤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급별 구분에는 찬성하되 교습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은 정오부터 오후 7~8시까지, 중학생은 현행 오후 10시보다 줄이고 고등학생은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7일 강남교육지원청 관할 학원 및 교습소 398곳을 점검해 11개 학원의 불법 심야교습행위를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1곳은 앞서 지난달 7일 점검 때도 적발됐던 곳이라 다시 적발되면 교습정지나 등록말소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이번에 적발된 학원들에 벌점을 부과하고 시정될 때까지 2개월 간격으로 반복 점검할 계획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서울 학원 심야 교습시간 11시로 연장 검토 '교육계 반발'
입력 2016-05-26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