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아기의 머리가 축구공 만하다. 큰 머리 때문에 마치 영화 ‘E.T'에 나오는 외계인같은 외모를 갖고 있다면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태어난지 2년만에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무게가 9kg(20파운드)에 달한 방글라데시 ‘아기 소년’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이 아이의 머리 무게는 한 살 아이의 평균 체중과 맞먹는다.
26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방글라데시 지역 언론에 따르면 에몬은 보통보다 약간 큰 머리를 갖고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하지만 출생후 2년간 점점 머리가 커져 정상 아기의 3배 크기까지 부풀었다.
에몬의 병명은 ‘뇌수종’(腦水腫) 혹은 ‘수두증’(水頭症)이다. 쉽게 말해 ‘뇌에 물이 차는’ 희귀병이다. 정확히는 뇌실 안에 ‘척수액’이 차는 질환이다.
뇌와 척추는 척수액으로 둘러쌓여 있다. 뇌척수액은 뇌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쿠션같은 역할을 한다. 영양분 공급, 노폐물 제거 등 기능도 한다. 오래된 척수액은 뇌로부터 나와서 혈관으로 흡수된다. 하지만 뇌척수액의 순환로가 막히는 등 문제가 생기면 척수액의 수위가 빠르게 올라가고 뇌압이 높아진다.
특히 선천성 수두증은 뱃속에서 이분척추(척추분리증) 등으로 태아의 척추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생긴다. 임신 중 엄마가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이나 풍진 등에 감염됐을때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영구적 뇌손상을 불러와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초래한다.
에몬은 큰 머리 때문에 말할 수도, 걷지도, 사지를 움직이지도 못한다. 부모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모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그의 머리가 계속 커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일부 의사는 부모에게 “해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게 어떤가”하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가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린 에몬의 미래는 아직은 ‘희망’이 없다.
2014년에도 선천성 수뇌증을 가진 인도 소녀의 사연이 소개된 적 있다. 루나 베굼이라는 아이는 정상아의 3배 큰 머리를 갖고 태어났다. 머리 둘레가 무려 94cm(37인치)나 됐다. 이 아이의 머리는 뇌에 엄청난 압력을 줬고 큰 머리 때문에 똑바로 앉아 있을 수 조차 없었다. 하지만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수차례 수술을 받은 후 뇌척수액은 빠졌고 머리도 58cm로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아이도 웃음을 되찾았다.
대한민국에도 지난해 말 여배우 신은경씨의 아들이 뇌수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뇌수종 치료는 뇌에 가느다란 관(션트)을 삽입해 체내 다른 부위로 물을 빼내는 방법이 있다”면서 "제때 치료받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머리 무게만 9kg…뇌에 물차는 '희귀병 아기'에게 희망을!
입력 2016-05-27 00:05 수정 2016-05-27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