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가보훈처 간부가 8일 만인 26일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다.
국가보훈처 산하 이병구 광주지방보훈청장과 해당 과장은 이날 오후 광주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성희롱 발언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피해자인 노영숙 오월어머니집 관장과 전청배 이사 등은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용서 하겠다”며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해했다.
이병구 광주보훈청장은 오월어머니집 강당에서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다”면서 “용서해 주시고 사과를 받아주시면 고맙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해당 과장은 20여명의 오월어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이에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살아가면서 거짓말이나 거짓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크게 뉘우쳤을거다”고 훈계했다. 해당 과장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의 말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청장과 해당 과장이 잇따라 사과하자 오월어머니집은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사과를 받아들였다. 오월어머니집은 “본질이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작금의 현상이 부담스럽다”며 “국가보훈처가 공식 사과한 만큼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 대책을 수립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오월어머니집은 “진심을 담아 사실을 인정한다면 광주정신을 누구보다 몸으로 체득해온 숭고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너그럽게 용서할 용의가 있다”며 “관용과 용서, 화해와 상생의 자세로 금번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공동 대응을 모색해온 시민사회단체와 여성단체 등에게 양해를 구해 공동대책위 구성을 자제할 것”이라며 “언론이나 지역여론에 더 이상 사건이 확대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들은 또 “보훈처는 해당 간부에 대해 징계를 포함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게 사건을 종결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해당 과장은 지난 18일 오전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기념식장에서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며 4·3유족회 등의 자리 재배치를 요구하는 노영숙 관장에게 ‘자리가 없는데 내 무릎에라도 앉으라’는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도 그 발언에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유 과장은 이를 무시하고 현장을 떠났다. 광주보훈청은 성희롱 논란이 일자 지난 23일 자체조사한 결과 성희롱 발언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의 반발을 사는 등 파장이 커졌다.
하지만 이후 보훈처가 당시 목격자와 근무자 등을 상대로 감사 및 진상조사를 통해 ‘성희롱 발언’이 실제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월어머니집 관계자는 “성희롱 발언을 인정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제대로 알리는 것을 전제로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국가보훈처 간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에 대해 무릎 끓고 사과.
입력 2016-05-26 17:11 수정 2016-05-27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