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시간49분11초’

입력 2016-05-26 16:45 수정 2016-05-26 17:19
보험에 가입할 때 어마어마한 분량의 이용약관에 진땀을 빼 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익숙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에도 엄청난 이용약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앱을 개발한 정보기술(IT) 업체가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용어해설부터 서비스 범위까지 온갖 내용을 약관에 넣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소비자위원회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 33개의 이용약관을 모두 읽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터무니없이 긴 앱의 이용약관을 꼬집기 위한 퍼포먼스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카이프, 지메일, 유튜브,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 등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앱이 대거 포함됐다. 앱 33개의 이용약관을 다 읽는데는 31시간49분11초가 걸렸다. 신약성서를 읽는 것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다. AFP통신은 앱의 이용약관을 모두 합치면 26만자로 A4용지 900쪽이 넘는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소비자위원회의 한 직원이 25일(현지시간) 동영상 공유 앱인 유튜브의 약관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출처: 노르웨이 소비자위원회 트위터, BBC방송 홈페이지)

 소비자위원회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된 방송에서는 디지털 서비스를 담당하는 핀 미르스타드를 비롯해 직원들이 돌아가며 앱의 아이콘이 그려진 하얀 백보드를 배경으로 약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한 앱의 이용약관을 다 읽을 때마다 백보드에 있는 앱 아이콘에 체크 표시가 더해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디지털 서비스 이용약관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길어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며 “IT업계가 보다 짧고 분명하게 약관을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