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끓인 물을 만병통치약으로 과장해 전국에 유통시킨 일당 적발

입력 2016-05-26 16:39
약초 끓인 물을 만병통치약이라고 과장해 전국에 유통시킨 농업법인 간부와 이를 중개·판매한 한의사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약초 등을 끓이거나 섞어 만든 액상제품을 질병 치료에 탁월한 것처럼 속이고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이모(76)씨 등 광주의 농업법인 관계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 등으로부터 사들인 제품을 웃돈을 받고 전국의 한의원에 유통한 중개상 남모(54)씨, 이를 환자들에게 판매한 김모(56)씨 등 한의사 20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광주 봉선동 2층 건물에서 어성초, 삼백초, 감초, 당귀, 쥐눈이콩, 짚신나물 등을 혼합한 23가지 종류의 식품과 액상제품을 판매해 12억7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이 액상이나 환, 분무형, 바르는 방식 등으로 만든 제품은 남씨 등 중개상을 통해 전국의 한의원 90여 곳으로 유통됐다.

경찰은 김씨 등 한의사들의 경우 이씨 등에게 사들인 제품을 재포장하거나 다른 약재와 섞어 재가공해 환자들에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 등은 한의학 약전을 참고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초를 소재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약제품을 제조했다. 의학 관련 자격증이 없는 이들은 농업법인 명의로 가공식품제조업체를 등록한 뒤 암 환자 또는 피부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약제품을 팔아왔다. 경찰은 이들이 만든 제품은 유통기한과 정확한 성분도 표기되지 않았으나 1개월 분량이 80만∼100만원씩의 고가에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청주 A(40·여)씨는 아토피를 앓는 생후 18개월 자녀에게 이씨 등이 제조한 액상 식품을 먹였다가 증상이 심해져 대학병원을 찾았다. 전남 해남에 사는 B(52)씨는 육종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에게 이씨 등의 약제품을 투약했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고 임종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 등이 수년전 전남지역에서 이 같은 약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다가 적발되자 광주로 근거지를 옮겨 영농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 등이 서울에 본사를 둔 다단계회사에 제품을 납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완제품 등 7800㎏을 전량 폐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