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비대위원장 내정자 김희옥, 쇄신 깃발 올리 수 있나

입력 2016-05-26 16:34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총선 참패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당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김 내정자는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까지 당 대표직도 맡는다.

김 내정자는 비박(비박근혜)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 친박(친박근혜)계 수장 최경환 의원의 ‘동의’를 거쳐 추천된 인물이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는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외부인사로 당내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전당대회 조기 개최 목소리도 높아 ‘두 달짜리’ 관리형 대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비대위원장 인선 브리핑을 갖고 “포용력 있는 인품으로 우리 당에 진지하고 활발한 혁신 논의를 이끌어 갈 적임으로 판단돼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4일 김 전 대표, 최 의원과 당 내홍 수습을 위한 비공개 회동 과정에서 양측에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추천받았고, 이 과정에서 김 내정자가 거론됐다. 정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도 최 전 의원도 그만한 인물이면 참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일 곧바로 김 내정자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고,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와 만남을 통해 설득 한 뒤 이날 승낙 의사를 받아냈다고 한다. 민 원내대변인은 “정 원내대표가 삼고초려 했다”고 했다.

친박계 한 인사는 “김 내정자는 법률가로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서도 합리성을 바탕으로 할 강점이 있다”고 기대했다. 새누리당은 김 내정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관도 역임해 국회 입법과정에도 밝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서는 그러나 김 내정자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데다, 추천 과정에서 양대 계파 수장의 ‘입김’도 작용해 혁신의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비대위원 인선 역시 김 전 대표나 최 의원과 협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김 내정자는 최 의원 지역구인 경북 청도 출신이고, 최교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해송의 고문변호사 직도 맡고 있어 친박계 색채를 띠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받고 있다. 당 혁신의 최대 숙제인 ‘계파 청산’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서청원 의원은 오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에 참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내정자가 다른 많은 분들과 만나 (비대위원 인선 관련) 의견을 청취하겠지만 개혁적이고 화합적인 인물을 추천받아 선정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자신의 SNS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어디서나, 어떤 경우에서나 주인의식을 갖고 대처해 나가면 어떤 어려움도 즐거움으로 바뀐다)’라는 글귀를 적어 놨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