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내자 야당 원내지도부까지 나서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행여 ‘반기문 대망론’ 바람이 불까 조기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6일 원내정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은 유엔 관례상 남은 임기에 충실하게 임무를 보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제적인) 외교관인데도 작심하고 출마를 시사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반 총장까지 와서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을 하는 바람에 나라가 조금 어수선하다”고 비판했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침묵하거나, ‘야권의 호재’라며 파장을 축소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반 총장을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평가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더민주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에 ““(경쟁상대로서) 반기문 나쁘지 않다. 그에게 열성적인 추동력이 없기 때문에 야권으로서는 해볼만한 후보”라고 썼다.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 당시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여당후보가 된다면 정체성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장선 총무본부장도 CBS 라디오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인데 임기 중에 국내 정치의 중심에 끼어드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야당, 반기문 사실상 출마 선언에 쓴소리
입력 2016-05-26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