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북한과 대화를 향한 길 다시 찾아야 할 것”

입력 2016-05-26 15:36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는 (북한과) 대화로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며 ‘선(先) 제재 후(後) 대화’를 내세운 정부를 압박했다. ‘친박(친박근혜) 대선 후보’ 인식을 불식시키고 독자 노선을 선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동북아는 물론 다른 지역에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전날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북 압박을 하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더욱 확대,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 이후 국면 전환을 꾀하는 상황에서 아직 ‘대화는 시기상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를 이틀 연속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반 총장은 이와 함께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는 발언도 함께 내놨다. 그는 “북한은 최근 대단히 우려스러운 행동을 취한 바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에 강력한 결의를 갖고 대응했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를 언급하며 “이 결의안이 완전히 실시되면 한반도 비핵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국제사회가 제시한 의무로 온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미사일 개발은 북한 안보를 저해한다”면서 “북한의 군사비 지출은 대단히 높지만 정작 어린이들은 필요한 물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연설 말미에 “아마추어 서예가로서 공부하고 있다”면서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자를 자주 연습한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물은 지혜와 유연함, 부드러운 힘을 상징한다”면서 “아시아에는 이런 고귀한 가치를 보여줄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번 연설에서 전날과는 달리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말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비공식적 행사여서 개인적 발언이 많았던 관훈클럽 간담회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공식 연설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기조연설 직전 전·현직 외교부 간부들과 조찬을 하면서 전날 관훈클럽 간담회 발언이 “확대 해석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