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싱가포르 떠나 필리핀서 빈민 돕던 고 심재석 선교사 천국환송예배

입력 2016-05-26 14:24
필리핀에서 괴한에게 피살된 심재석(57) 선교사를 떠나보내는 천국환송예배가 유족과 교계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인천 부평 경인교회(김진규 목사)에서 열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중부연회가 주관한 예배는 지난 24일부터 3일간 치러진 국내 장례 일정을 마무리하는 예배였다.

전용재 기감 감독회장은 연단에 올라 고인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면서 유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전 감독회장은 “심 선교사가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허무하고 허탈하고 안타까웠다”면서 “그의 희생은 한국 감리교회의 선교를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감독회장은 고인과의 추억담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이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다 필리핀으로 선교지를 옮겼던 10여년 전의 일화였다. 전 감독회장은 “그에게 ‘다들 (선교지로) 좋아하는 싱가포르를 놔두고 왜 필리핀으로 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답변은 ‘하나님이 원하셔서 필리핀으로 온 것’이라는 거였다. 심 선교사의 헌신과 희생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교자로 나선 김상현 중부연회 감독은 “하늘나라로 떠난 고인과 세상에 남은 유족에게 분명 하나님의 은혜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연회 차원에서 선교 현장의 문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사(弔詞)를 맡은 신경하 전 감독회장은 “심 선교사는 친구의 동생이어서 잘 알던 사이였다. 선교사로 일하며 힘들 때도 많았을 텐데 나한테 단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그를 그동안 도와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인천 출신으로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고인은 인천 숭의교회, 강원도 정선 남평교회 등지에서 목회를 했다. 싱가포르에서 4년간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기감 중부연회 인천동지방 지구촌선교교회 파송으로 최근 13년간 필리핀에서 복음을 전했다. 빈민 구제와 교육 선교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고인은 지난 20일 사택에 침입한 괴한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졌다. 유족으로는 아내 안정윤(55) 선교사와 남매 하영(20)군, 하은(19)양이 있다.

예배에서는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고인과 대학 시절을 함께한 ‘감신 82동기회’ 회원 10여명이 조가(弔歌)를 불렀다. 고인의 소속 교회였던 지구촌선교교회 신완균 목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다. 신 목사는 “심 선교사가 내년에 같이 제주도에 가자고 했다. 지금 그는 제주도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가 계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인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