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 시켜줄게' 중장년 취업미끼 불법다단계 주의보

입력 2016-05-26 13:24
‘지점장으로 모십니다’ ‘45세 이상 기업 및 관공서 퇴직자 우대’ ‘거래처, 협력사 관리’….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등에서 이런 광고문구를 보았다면 취업미끼 불법다단계 조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40~60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지점장으로 채용하겠다고 속인 뒤 수백만원에 이르는 산소발생기를 판매하게 해 100억대 부당이득을 취한 무등록 다단계 판매조직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관련 2개 법인과 법인 대표, 부사장, 사내이사 등 6명이 형사 입건됐다.

적발된 업체는 생활정보지에 구인광고를 내거나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검색하는 방법으로 다단계판매원을 모집해왔는데 40대 이상 구직자들이 주로 ‘관리’ 분야에 지원한다는 것을 노려 중장년층에게 쉽게 다가오는 내용으로 구직자들을 유인했다. 이 업체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들을 상대로 6주 연수 후 ‘지점장 채용’을 약속한 후 연수 3일째 본색을 드러내며 “연수기간 중 산소발생기를 판매해야 지점장이 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어 구직자들에게 고가의 산소발생기를 판매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점장이 되면 ‘조직관리’(일명 새끼치기)를 해야 한다. 조직관리란 하위판매원을 모집해 매출을 올리게 하는 것으로 만약 아래 단계를 모으지 못해 하위 매출이 없으면 본인수입도 전혀 없게 된다.

구직자가 실적으로 올려 지점장이 되면 자신이 속은 방법대로 또 다른 구직자를 유인해 하위판매원으로 모집,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은 실적을 올리면 지점장으로 승진한다는 말에 현혹돼 처음에는 친구나 친척 등 지인들에게 고가의 산소발생기를 연고판매하다가 자신을 채용한 담당지점장 등 윗선의 강압에 못이겨 결국엔 자녀의 이름으로 구매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퇴사하고 싶어도 연고판매로 몇 백만원을 들여 팔아준 지인들 생각에 그만두지도 못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한 피해자는 지점장 시켜준다는 말에 혹해 24개월 할부로 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한 후 퇴사한 지금까지도 할부를 갚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무등록 다단계판매(변종 다단계포함)로 퇴직자, 노인, 학생, 부녀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민생을 해치는 불법다단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불법다단계 관련자들은 방문판매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